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와 김종인 행복특위위원장이 또 충돌했다. 이번에도 ‘경제민주화’가 문제다. 이 원내대표는 당내 회의에서 공개적으로 “정체가 불명인 경제민주화가 기업의 의욕을 떨어뜨리고 국민을 불안하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이 발언을 전해들은 김 위원장은 발끈해 “이 원내대표는 정서적 불구자”라는 거친 말로 쏘아붙였다. 이 원내대표가 “경제민주화는 경제교과서에도 없는 이야기”라고 꼬집으면 김 위원장은 “대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사람”이라는 식으로 받아치는 언쟁은 이미 여러차례 반복됐다. 시간이 흐를수록 사용하는 언어가 더 거칠어진다는 것 말고는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집권여당 대통령 후보의 공약을 기획하는 김 위원장과 이것을 입법화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이 원내대표가 막말싸움 수준의 언쟁을 벌이는 것은 볼썽사납다. 아젠다만 있고 콘텐츠는 없다. 더구나 ‘김종인식 경제민주화’가 무엇인지 여전히 아리송하다. 김 위원장은 스스로 경제민주화의 원조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본인이 생각하는 경제민주화가 무엇인지, 그것을 실현할 방법과 전략은 또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힌 적이 없다. 행복특위위원장에 임명된 직후인 지난달 말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도 “경제민주화는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무조건 간다”고 말했을 뿐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을 회피했다. “금산분리를 찬성하는 쪽이나 반대하는 쪽 모두 제대로 모르면서 하는 소리”라고 말했지만, 곰곰히 뜯어보면 어떤 법안을 발의하게 될지 본인의 의견은 없었던 것이다.

김 위원장과 이 원내대표의 논쟁 자체를 반대할 이유는 없다. 치열한 토론을 통해 최대한 공통분모를 찾아 가는 것이 민주주의요 정당 정치다. 그러나 두 사람의 논쟁은 지금보다 훨씬 분명하고 구체적인 내용을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 지금처럼 모든 것이 안갯속이면 국민들로서는 어리둥절할 뿐이다. 무엇보다 ‘김종인표 경제민주화’의 내용이 보다 명확해져야 한다. 지금으로서는 두 사람이 무엇을 놓고 대립하는지조차 알 수가 없다. 경제민주화 구호가 벌써 식상하게 느껴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