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이 순이익보다 많은 금액을 중간배당하려다가 금융감독 당국의 제지를 받고 배당금을 당초 계획의 절반 수준으로 줄이기로 결정했다.

SC은행과 SC금융지주는 6일 서울 본사에서 열린 이사회에서 은행이 지주에 1000억원을, 지주는 영국 SC그룹 본사에 500억원을 중간배당하기로 의결했다. 당초 SC은행은 지주사에 2000억원을 배당하고, 지주사는 이 중 500억원은 지주에 남겨두고 1500억원은 SC그룹 본사에 배당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상반기 SC은행의 순이익이 1254억원밖에 되지 않는데 지나치게 많은 금액을 배당하는 것 아니냐는 ‘고배당’ 논란이 일었다. 지난해는 상·하반기 합해 은행이 지주에 2000억원을 배당했는데, 올해는 중간배당부터 2000억원을 결정한 것도 논란을 키웠다. 금융감독원은 곧바로 SC 관계자들을 불러들여 “과도한 배당은 은행의 경영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며 배당을 강행하면 고강도 검사를 각오하라고 으름장을 놨다.

이날 열린 이사회에서는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은행·지주 이사회를 모두 마치는 데 6시간이나 소요됐다. 한 참석자는 “배당금을 얼마로 정할지 논의하는 데 많은 시간을 썼다”고 했다. 그는 “외국계 은행은 세계에서 그룹 본사로 배당금을 모은 뒤 자회사가 어려워지면 다시 돈을 내주는 구조이기 때문에 국내 은행들과 다른 점이 있는데 감독당국이 무조건 고배당이라고 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국내 은행들은 외국인 주주들에게 배당을 충분히 하지 못하고 있는데 외국계 은행만 예외로 두는 것에 대한 불만이 있고, 금융감독 당국도 이런 형평성을 고려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SC은행과 지주의 실제 배당금 지급은 약 한 달 후 이뤄질 예정이다. SC그룹은 SC지주의 지분을, SC지주는 SC은행의 지분을 100%씩 소유하고 있다.

한편 SC은행은 이날 일부 신용대출 상품을 제외한 원화대출 최고금리를 연 17%에서 연 14%로 3%포인트 낮추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