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로 접어들면서 증권업계에선 하반기 실적에 대한 우려가 흘러나오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 사태 해결이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세계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약화되면서 하반기 국내 기업들이 당초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그동안 하반기 실적 전망치 조정이 소폭에 그쳤다는 점 등에 비춰 앞으로 본격적인 실적 추정치 감익 기조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7일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18개 상장사의 하반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총 57조8679억원으로 지난해 말 당시 전망치 대비 5.4% 축소됐다. 지난 6월 말보다 4.0% 줄어 하반기 들어 감소폭이 확대됐다.

앞으로 추가적인 이익 감소폭은 기준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전망치 하향 조정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에 전문가들은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상반기 기업 순이익이 연초 예상치보다 12.2% 줄었는데 하반기 순이익 전망치 감소폭이 현재까지 6.5%에 불과하다는 점에 비춰 추가 조정 가능 폭은 6% 내외"라며 "연초 이후와 최근 3년간 이익하향 속도에 비춰 3분기 순이익 전망치는 적어도 6~12% 이상 추가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 실적이 당초 예상치를 하회한 '어닝 쇼크'였던 점, 최근 기업의 예상 이익치가 하향 조정되고 있는 점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면, 과거 어느 때보다 이익 하향 조정 추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가 집계된 508개 기업의 올해 예상 순이익은 92조8000억원인 반면, 상반기 누적 이익은 37조4000억원에 불과한 상태다.

이에 현재 연간 순이익 추정치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하반기에 직전 반기보다 48% 증가한 55조원의 순이익을 달성해야 한다. 그러나 유럽 재정위기를 비롯한 세계 경제 환경을 고려하면 하반기 국내 기업의 이익 급성장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하반기에도 정보기술(IT)과 자동차로의 실적 편중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에프엔가이드가 집계한 삼성전자현대차, 기아차 제외 115개 상장사의 하반기 순이익 전망치는 35조9531억원을 기록, 지난해 말 당시보다 17.17% 깎였다. 이는 같은 기간 3개사 포함 118개사의 순이익 추정치 감소폭(-5.40%)의 세 배가 넘는 수준이다.

하반기 실적 추정치 감소와 함께 연간 실적 전망치도 내리막길을 걸을 전망이다. 에프앤가이드 기준 139개 상장사의 올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 전망치는 121조2649억원을 기록, 지난해 말 대비 8.5% 줄었다. 특히 하반기 들어 5.4% 추가로 감소하며 감소폭이 두드러졌다.

이에 따라 실적 모멘텀에 힘입은 증시 반등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은 국면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안혁 연구원은 "90% 신뢰 수준에서 향후 6개월간 기업이익의 최대 하향 조정폭은 16.1%"라며 "최악의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추가매수 기준이 되는 지수 범위를 설정하는 전략이 세계 경제 충격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비상계획 중 하나"라고 조언했다.

강현철 팀장은 "연간 실적은 감소하고 있지만 분기 기준으로 지난 2분기 실적이 바닥을 치고 3분기 연간 최대치를 기록하는 방향성을 나타낼 것이란 점은 긍정적"이라며 "증시 조정이 나타나더라도 방향성은 유지되는 과정에서의 조정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