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디디컴퍼니(옛 자티전자)가 비상장사인 에코넥스에 약 174억원을 무리하게 지원했다가 올 반기 보고서에서 감사의견 '거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이디디컴퍼니로부터 돈을 빌린 에코넥스는 전기자동차 직구동 시스템을 개발하는 회사로, 지난해 말 기준 자산이 약 203억원이 불과하다. 2008년에 설립된 이후 줄곧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있어 이디디컴퍼니가 에코넥스에 상당히 후한 조건으로 거액을 빌려 준 배경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디디컴퍼니는 올해 반기보고서에서 감사의견 '거절'을 받았다.

이 회사의 감사를 맡은 삼덕회계법인은 이디디컴퍼니가 지난 4월에 인수한 에코넥스 전환사채(CB) 150억원과 장기대여금 약 24억원의 회수 가능성을 평가할 수 없어 의견 '거절'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에코넥스에 빌려준 총 174억원은 이디디컴퍼니 총 자산의 70.8%에 해당한다.

이디디컴퍼니 관계자는 "에코넥스가 전기차 직구동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선다는 소식에 투자하게 됐다"며 "투자자금 회수에 대한 계획을 제시했지만 회계법인 측에서 에코넥스 사업의 가치를 측정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문제는 CB 발행 조건이 돈을 빌리는 에코넥스에 절대적으로 유리하게 설정됐다는 점이다. CB의 표면이자율은 아예 없고 만기이자율만 6%다. 만약 이디디컴퍼니가 사채를 조기 상환하거나 주식으로 교환한다면 에코넥스는 150억원을 이자 없이 빌리게 되는 셈이다.

CB의 전환가액도 공정성 시비가 일 수 있다. 에코넥스는 비상장사이기 때문에 에코넥스 이사회에서 전환가액을 결정했다. 이디디컴퍼니가 인수한 CB의 전환가액은 1000원. 에코넥스가 지난해 3차례 실시한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서 보통주의 주당 발행가액은 모두 200원이었다.

더욱이 이디디컴퍼니의 최대주주가 변경된 지 한 달도 안 돼 이같은 자금 지원이 이뤄진 것이어서 의혹이 커지고 있다.

에코넥스는 이디디컴퍼니로부터 빌린 174억원 중 최소 75억원을 이디디홀딩스에서 빌린 자금을 갚는데 사용했다.

이디디홀딩스는 지난 3월 이디디컴퍼니의 최대주주로 올라섰으며 이디디컴퍼니와 에코넥스는 이 회사를 통해 지분 관계를 맺고 있다. 에코넥스는 이디디홀딩스 주식 84만9000주(지분 14.03%)를, 이디디홀딩스는 이디디컴퍼니 주식 250만주(지분 20.04%)를 보유하고 있다.



에코넥스측은 이디디홀딩스와 한때 관련됐지만 지금은 결별하는 과정에 있다고 밝혔다.

에코넥스 관계자는 "에코넥스가 한 때 이디디홀딩스의 1대 주주인 적이 있지만 지금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재 관계를 정리해가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75억원 자금 상환도 협력 관계를 정리하는 과정 중 하나라는 설명이다. 이전에 이디디홀딩스에 전기차 직구동 사업 영업권을 75억원을 받고 팔았지만 에코넥스가 영업권을 되사면서 사업 관계를 정리하고 있다는 것.

그러나 나머지 약 100억원의 사용처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변을 피했다.

한편 자금거래와 관련해 묻기 위해 이디디홀딩스에도 수차례 전화통화를 시도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한경닷컴 정인지 기자 inj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