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비교 사이트와 블로그 등이 늘어나면서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 가격은 기업이 상품 판매를 촉진하고 소비자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전략적 도구 중 하나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은 과거 경험에 의존한 전통적인 가격 결정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서비스기업은 제조업과 다른 특성을 갖고 있으면서도 제조업과 비슷한 가격 결정 방식을 선택, 소비자 불만을 초래하고 기업의 수익성을 악화시키곤 한다.

서비스 상품은 시간이 지나면 가치가 사라지고, 공급량을 급격히 조절하기 어려우며, 시간대와 계절 등에 따라 수요 변동 폭이 크다는 특성이 있다. 서비스기업은 이런 특성을 고려해 차별화한 가격 전략을 세워야 한다.

소비자를 가격 민감도와 구매 행동 등에 따라 세분하고 이를 가격체계와 연동시키는 ‘가격 차별화’가 필요하다. 하얏트호텔이 외지인보다 지역 주민이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을 파악하고, 지역 주민에 한해 할인 혜택을 제공한 것이 ‘가격 차별화’의 사례다. 미국 온라인쇼핑몰의 60%는 소비자의 가격 민감도를 측정하기 위해 주소지는 물론 결제 페이지까지 도달하는 시간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정보까지 수집한다.

‘동적 가격’ 전략은 서비스 상품이 시기별로 수요 변동 폭이 크다는 점을 활용한 가격 결정 방식이다. 항공권 운동경기 입장권 등의 가격이 계절과 요일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동적 가격의 사례다. 미국 메이저리그의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2009년부터 상대팀의 인기도와 날씨, 양팀 선발투수 등 12개 변수에 따라 일부 구역의 입장권 가격을 다르게 책정하고 있다. 그 결과 입장권 판매량이 전년보다 2만5000장 늘었다. 이후 17개 구단이 비슷한 가격시스템을 도입했다.

‘서비스 결합·분할’은 같은 가격이라도 소비자가 느끼는 체감 가격을 낮출 수 있는 방법이다. 기본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는 가격을 낮게 책정해 소비자의 구매를 유도하고, 부가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를 통해 수익을 얻는 것이다. 말레이시아 저가 호텔인 튠호텔은 싱글룸 1박 가격을 3달러로 낮춘 대신 수건과 비누, 심지어 에어컨 사용료까지 별도로 부과하는 가격정책을 쓰고 있다. 저가 호텔 이용 고객이 기본 가격에 민감하다는 것을 파악하고 기본 숙박료를 낮춰 체감 가격을 떨어뜨린 것이다.

소비자가 느끼는 서비스의 가치가 주관적인 만큼 소비자 스스로가 가격을 결정하는 방식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미국 여행업체인 프라이스라인과 핫와이어는 구매자가 여행 일정, 원하는 옵션 등과 함께 희망 가격을 입력하면 조건에 맞는 항공편과 호텔을 찾아 추천한다.

요즘처럼 경기 둔화로 소비가 침체되는 시기는 소비자의 가격 민감도가 높아져 새로운 가격정책을 시도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체계적이고 일관성 있는 가격 정책은 소비자에게 상품의 차별적 가치와 가격의 정당성을 설득력 있게 제시함으로써 기업 수익성과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수단이다.

홍선영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syh7@sams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