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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칼럼] 옌볜 조선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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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주현 논설위원 forest@hankyung.com
    만주땅을 우리는 간도(間島)라 불렀다. 간도는 본래 두만강이나 압록강의 섬을 말하지만 언제부턴가 만주땅을 통칭하는 말이 됐다. 1869년 대기근 이후 궁핍함을 면하고자 식솔을 이끌고 간도로 이주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이들은 청나라 때 입주금지의 땅이었던 그곳을 억척같이 개간해 먹고살 만한 곳으로 만들었다. 그 후손들이 지금 중국에서 조선족이라 불리며 산다. 그들의 터전은 옛 간도의 일부인 두만강변의 옌볜조선족자치주다.

    1952년 옌볜 룽징 훈춘 등 6개 시와 2개 현을 묶는 조선족 자치구역이 만들어졌다. 면적은 북한 땅의 3분의 1만한 4만2700㎢. 13대째 이어지는 주장(州長)은 모두 조선족이다. 어딜 가나 한국땅처럼 살가운 느낌을 준다. 길에서 들리는 한국말이나 곳곳에 걸린 한글 간판 때문만에 그런 것은 아니다. 불그죽죽한 땅이나 구불구불한 소나무는 한국의 고향 땅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시인 윤동주가 다녔던 룽징 대성중학교를 비롯 곳곳에 남아 있는 조상들의 흔적은 특별한 느낌을 준다.

    조선족 중엔 중국사회에 큰 영향을 끼친 인물도 많다. 중국군의 최고 계급인 상장(대장)까지 올랐던 조남기는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부주석(부총리)을 역임했다. 국가민족사무위원회 주임(장관급)을 역임한 이덕수, 중화전국공상연합회 서기로 일하고 있는 전철수 등도 고위직에 오른 사람들이다. 인민해방군가를 작곡한 정율성, 중국 록 음악의 대부로 불리는 최건 등도 우리 핏줄이다.

    올해로 60주년이 된 옌볜조선족자치주는 고민이 많다. 무엇보다 중국정부의 견제가 심하다. 조선족 자체가 근면하고 총명해 껄끄러운 존재로 여긴다고 한다. 또 같은 문화와 말을 가진 경제부국 한국이 뒤에 버티고 있다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래서인지 5년 전부터 백두산 관할권을 조선족자치주에서 지린성으로 이관해 자치주의 돈줄을 빼앗았다. 룽징 투먼 옌볜 등을 통합한다는 계획도 세워져 있다. 이렇게 되면 사실상 자치주는 해체된다. 최근 들어 군이나 정·관계에서 고위급 인사가 배출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옌볜조선족자치주의 조선족 인구 비율이 36%(82만명)에 불과한 것도 문제다. 1950년대 자치주 설립 초기에는 70%가 넘었다. 학교도 그 때보다 80%가 줄었다. 젊은사람은 대도시로, 부모는 한국으로 일자리를 찾으러 나간다. 소수민족 비율이 30% 미만이면 자치권을 박탈당한다. 조선족 사회가 위축된다면 한국으로서도 큰 손실이다. 60주년을 맞은 옌볜조선족자치주가 다시 번성하길 바란다.

    조주현 논설위원 fore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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