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중국 지도부, 그들만의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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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완 베이징 특파원 twkim@hankyung.com
![[취재수첩] 중국 지도부, 그들만의 정치](http://news.hankyung.com/nas_photo/201209/2012090405531_2011070762321.jpg)
지난달 31일 밤 중국 베이징의 인민대회당 2층 연회장에서 열린 한·중 수교 20주년 기념 리셉션장. 시진핑(習近平) 국가 부주석의 참석이 확정되자 주중 한국대사관은 이런 내용의 주의문을 참석자들에게 돌렸다.
대부분의 참석자들은 행사 시작 한 시간 전에 자리를 잡았고, 시 부주석은 행사 시작 직전 귀빈 전용 출입문을 통해 경호원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곧 바로 이규형 주중 한국대사 옆에 마련된 주빈석에 앉았다. 시 부주석은 이날 축사도 하지 않았고, 행사가 끝나자마자 가장 먼저 자리를 떴다. 이 대사는 “축구와 한국 방문 등을 화제로 가벼운 대화를 했다”며 “일체 중국의 국내 정치 얘기는 꺼내지 않았다”고 했다.
중국에서 시 부주석과 같은 정치국 상무위원들은 ‘신(神)’으로 불린다. 막강한 권력을 갖고 법 위에 군림하는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들의 정치 노선이나 성향을 아는 중국 국민은 거의 없다.
중국은 지금 새로운 ‘신’들의 선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오는 10월께 열리는 제18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는 2270명의 대표들이 모여 최고의결기구인 정치국 상무위원을 뽑는다. 그러나 ‘신들의 행사’답게 모든 것이 베일에 가려져 있다. 날짜도 정해지지 않았고 어떻게 뽑는지도 알 수 없다. 뽑는 인원도 7명인지 9명인지 설(說)만 분분하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이날 “시진핑 부주석, 리커창 부총리, 위정성 상하이시 서기, 장더장 충칭시 서기, 리위안차오 공산당 조직부장, 왕치산 부총리, 장가오리 톈진시 서기 등 7명이 차기 상무위원으로 유력하다”며 “태자당과 장쩌민 전 주석이 이끄는 상하이방이 후진타오 주석의 공청단파를 압도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뚜어웨이 등 중화권 매체는 공청단파가 약진할 것이라며 “시진핑 집권 전반기인 5년은 후진타오의 섭정기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들 보도는 모두 구체적인 근거가 없다.
최근 만난 중국의 한 대학 교수는 “시진핑은 알겠는데 리커창은 누군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해외 언론들은 연일 ‘신들의 권력다툼설’을 보도하고 있지만, 정작 중국인들은 자신들의 신에 대해 관심이 없어 보인다.
김태완 베이징 특파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