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이 위기를 맞고 있다고 한다. 경제 위기를 예측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진단도 해법도 제대로 세우지 못한다. 아예 문학으로 전락했다는 일부의 비아냥마저 들린다. 더우기 폴리페서들이 상황을 악화시킨다. 이론을 현실에 접목하려는 경세적 동기를 부정해서가 아니다. 바로 곡학아세 때문이다. 경제학자가 현실에 참여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지만 그 과정에서 학문을 타락시키고 포퓰리즘에 몸을 던진다. 결국 경제학은 정치학의 시녀로 전락하는 과정을 밟아간다.

그러나 폴리페서들이 들끓는 와중에도 연구에 몰입하고 그 결과를 논문으로 써내는 데 몸바친 젊은 학자들이 결코 적지않다. 아직은 한국의 경제학계가 건강하다는 증거다. 경제학이 추구하는 미적 완성도를 아는 이들이다. 탄력성 개념을 정리해낸 알프레드 마셜에서부터 한계효용의 윌리엄 제번스, 일반균형이론의 레온 왈라스, 정치경제학의 하이에크 등 경제학을 이끈 구루들의 반열에 오를 한국의 학자들도 분명히 있다. 이들을 괴롭히는 것은 유쾌하지 못한 연구 환경이다. 온갖 프로젝트와 정치 권력이 유혹한다. 한국으로 돌아왔다가 연구환경이 너무 나빠 다시 미국으로 돌아간 어떤 경제학자 얘기도 회자된다. 자신의 열정이 식을까봐 덜컥 겁이 난다는 얘기를 듣는 것은 실로 슬픈 일이다.

한국경제신문이 다산 젊은 경제학상을 신설한 것은 이들 젊은 학자를 응원하기 위해서다. 연구에 매진하는 젊은 학자들을 한경이 직접 찾아 격려하기로 한 것이다. 물론 엄격하고 공정한 세부기준이 적용된다. 톱 저널에 논문을 써야하고 세계적 저널 20개에 다수의 논문이 실려야 한다는 조건도 달았다. 경제신문사가 직접 젊은 경제학자상을 만드는 것은 외국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사례다. 이 상(賞)이 한국 경제학 발전에 일조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