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6년 뉴질랜드에서 낯선 이국인 한국 땅으로 건너온 한 외국인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조그만 병에도 변변한 치료조차 받지 못한 채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였다. 제대로 먹지 못해 영양실조에 걸린 사람들도 많았다. 그는 “낯선 이곳에서 어려운 이웃을 위해 평생을 바치겠다”고 결심했다.

그로부터 46년 후 파란 눈의 신부는 서울 달동네의 대부로 불리게 됐다. 일흔을 넘긴 나이에도 20년째 삼양동 달동네를 지켜온 브레넌 로버트 존 신부(71)의 얘기다. 그는 안광훈이라는 한국 이름까지 있다. 서울시는 올해 10회째를 맞는 ‘서울 복지상’ 대상 수상자로 서울의 철거민과 달동네 주민들의 주거 지원을 위해 헌신한 안 신부를 선정했다고 3일 발표했다.

안 신부는 1966년 한국에 첫발을 내디딘 후 3년 뒤인 1969년 강원도 정선의 한 성당에 부임했다. 그는 저소득층의 대출을 위한 정선신용협동조합을 세우며 저소득층과 철거민 등을 위한 활동을 시작했다. 지역병원이 없는 정선 군민들을 위해 프란치스코 의원도 운영했다.

1981년 서울로 올라온 안 신부는 당시 목동 재건축 현장에서 올림픽 준비로 인해 보상을 한 푼도 받지 못하던 철거민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다. 안 신부는 철거민들이 성당 본당의 건물을 사용하도록 하고, 이들이 시흥시 목화마을을 구성할 수 있도록 1000만원의 종잣돈을 기부해 토지를 사고 주택을 짓게 도왔다. 그는 1992년 삼양동으로 건너온 후에도 도시빈민을 위한 운동을 계속해 왔다.

안 신부는 수상 소감을 묻는 질문에 “이번 수상으로 진정한 한국인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올초 귀화신청을 했지만 한국에 기여한 공로가 크지 않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안 신부는 재차 귀화를 신청한 후 계속 달동네에 거주하면서 어려운 이웃을 도울 계획이라고 했다.

시는 이와 함께 10년간 독거어르신을 상담해온 홍인식 씨(58·여), 4500여시간 동안 어르신과 노숙인을 도운 오재열 서울메트로 역장(43), 국내외 어려운 아동을 지원하는 배우 최지우 씨의 팬클럽 ‘스타지우’ 등도 복지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시상식은 4일 오후 2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