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까지 사는 것은 축복일까, 재앙일까. 의학담당 기자들이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다. 노화 전문의들은 그 해답을 ‘안티에이징(anti-aging)’에서 찾는다. 노화 방지로 풀이되는 안티에이징은 아직 생소한 용어다. 노화는 보편적인 자연현상인데도 이에 역행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암 당뇨병 고혈압 등의 치료와 달리 검증이 덜 된 측면도 있다.

그렇지만 안티에이징에 대한 대중의 기대와 관심은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한국경제신문이 주최한 ‘2012 안티에이징 엑스포’(8월30일~9월1일, 일산 킨텍스) 행사장은 제14호 태풍 덴빈의 영향으로 큰비가 내렸는데도 첫날부터 장사진을 이뤘다. 경기도 수원의 손유광 씨(65)는 최근 게재된 안티에이징 관련 본지 기사를 두툼한 파일에 스크랩한 채 갖고 왔다. 10대 여고생부터 90대 할아버지까지, 다양한 관람객들은 자신의 나이에 알맞은 안티에이징 기법을 수첩에 써가며 배우려는 열성을 보였다.

건강강좌인 헬스토크쇼에선 전세일 CHA의과학대 통합의학대학원 교수가 “단순히 오래 사는 것보다 건강하게 오래 사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역설해 관람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현장에서 가진 무료시술에는 남녀노소가 따로 없었다. 연세바른병원의 체지방 무료검사에는 수백명이 신청했다. 10년 젊게, 100세까지 건강하게 살아보려는 현 세대의 욕구가 뚜렷이 표출된 행사였다.

관람객의 폭발적인 반응을 확인한 차병원, 리젠성형외과, 알앤엘바이오 등은 내년에 열릴 엑스포는 더 풍성한 프로그램으로 참석할 것을 약속했다. 아름다운나라피부과, 강남밝은세상안과 등은 밀려오는 관람객을 보며 부스 규모를 작게 잡은 것을 후회했다.

안티에이징 의학이 앞으로 다가올 100세 장수시대에 만개할 분야임이 분명하다. 그런데도 규제는 여전하다. 전문의약품 가운데 첨단 안티에이징 제품이 많은데도 약사법 등의 규제 탓에 엑스포에서 선보일 수 없었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효과가 검증된 의약품이라면 일반인들도 그 진가를 알 수 있도록 적절한 홍보활동을 허용해야 한다”며 “효과적인 마케팅 여부를 구분해서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조차도 풀지 못하는 한 ‘의료산업 선진화’는 공허한 구호일 뿐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준혁 중기과학부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