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DVERTISEMENT

    [시론] 지식재산권거래소를 만들자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각국 특허전쟁에 범국가적 대응
    국내외 특허현황 파악이 급선무
    지재권 관리 전문인력 양성해야"

    윤계섭 < 서울대 경영학과 명예교수 >
    “특허전쟁 전략 없는 기업은 살아남기 힘들다.” 연일 화제가 되고 있는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 분쟁이 주는 교훈이다. 양질의 특허를 보유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이용하면 상품을 제조하고 판매하는 수고 없이도 거액을 벌 수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고가의 로열티나 벌금을 물어야 한다. 기업의 국제 경쟁력이 흔들리는 것은 물론이고 수익률이 떨어질 수 있다. 주가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최악의 경우 피땀으로 키워낸 기업을 포기해야 한다.

    이처럼 가공할 미국발(發) 특허 전쟁의 파고는 하루가 다르게 거세져만 간다. 1999년 8건에 불과했던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를 통한 특허 소송 건수는 2010년에는 51건으로 늘었다. 지식재산권 분쟁의 격전장인 미 연방지방법원이 다룬 송사(訟事)도 빠르게 늘고 있다. 2004년에서 2011년 사이 연평균 35%가 증가했다. 지식재산권 소송을 전문으로 하는 특허전문기업(NPE)에 의한 소송도 폭증세다. 2010년 620건의 소송을 한 NPE는 이듬해에는 1211건을 했다. 세계 경제 지도를 뒤흔들고 있다.

    이렇게 되자 각국 정부들이 팔을 걷어붙였다. 일본은 2009년 1000억엔의 자본금과 8000억엔의 정부 보증금을 기반으로 산업혁신기구와 지식재산권 펀드(LSIP)를 출범시켰다. 자국 기업을 보호하고 정보·바이오기술 분야에 기술투자를 하기 위해서다. 프랑스는 정부와 국영연구소, 그리고 금융회사 3자가 힘을 합쳐 2010년 ‘프랑스 브레베 펀드(Fonds France Brevets)’라고 불리는 지식재산 보호 펀드를 조성했다. 특허를 획득, 운영할 뿐 아니라 특허 기술의 융·복합화를 주도하고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특허 및 지식재산권 등록을 해준다.

    중국도 지식재산권 위탁관리 서비스를 운영한다. 지식재산청(SIPO)은 공업정보부(MIIT)와 함께 중소기업산업 단지 및 정부사업체에 지식재산권 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2011년 12월 현재 1만2191건의 특허를 출원하고 수백 개의 기업에 지식재산권 전략 계획 수립을 지원했다. 대만 정부도 특허관리 회사를 세울 계획이다. 산업기술연구원(ITRI)이 출자해서 해외 기업이 대만 기업의 특허권을 침해하거나 소송하는 경우 이에 대처하고 성장이 기대되는 분야의 특허 취득과 사업화를 지원하고자 한다.

    한국도 범국가적 차원의 대책을 마련했다. 2010년 지식재산 관리회사인 인텔렉츄얼디스커버리를 설립하고 올해에는 특허 운영회사인 아이디어브릿지를 세웠다. 특허 분쟁에서 국내 기업들의 권리를 지켜주고 지식재산권의 수출 및 사업화를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아쉬운 점이 많다. 대기업들의 출자에도 불구하고 자본금은 400억원대에 머물고 있다. 소유권을 보유한 특허는 1000건이 안 된다. 관련 전문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런 현실이 방치돼선 안 된다. 상반기 사상 최대 수준인 23억 달러에 달한 지식재산권 등 사용료 수지 적자를 개선하려면, “한국 기업은 특허 소송의 봉”이라는 인식을 없애려면 자본금 확충과 인력 보강이 요구된다. 이를 통해 기존 업무에 내실을 기하는 한편 특허지도를 만들어야 한다. 국내외 특허 현황을 파악하도록 해서 기업들이 분쟁에 연루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미국 지식재산거래소(IPXI)와 같은 지식재산권거래소 설립도 고민해야 한다. 특허의 유동자산화를 촉진하고 기술 혁신을 북돋기 위해서다.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21세기 경제의 총아인 지식서비스 산업의 꽃으로 불리는 특허관리 산업은 과학 기술인의 혁신 역량 못지않게 우리 경제의 치명적 약점으로 여겨지는 고도의 법률 서비스와 금융 서비스 역량이 요구되는 융·복합 산업이다. 하지만 어렵다고 포기할 수는 없다. 삼성전자의 수난이 재연되지 않으려면 “특허 전쟁 승리 없이 경제 전쟁의 승리도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지금, 정치인과 관료, 기술인과 기업인이 비장한 각오로 총의를 모아야 한다.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야 한다.

    윤계섭 < 서울대 경영학과 명예교수 >

    ADVERTISEMENT

    1. 1

      [사설] '유럽의 병자'에서 재정 모범국으로 변모한 이탈리아

      이탈리아 의회가 지난달 30일 소득세 감세와 국방 예산 증액 등으로 올해 예산에 220억유로(약 37조원)를 추가하는 안을 의결했다. 주목되는 것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 목표가 2.8%로 제시됐다는...

    2. 2

      [사설] 美, 韓 정통망법에 우려 표명…외교 갈등 비화 막아야

      미국 국무부가 그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대해 “표현의 자유를 훼손하는 것으로, 한국 정부가 개정안을 승인한 것에 심각한 우려를 표시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개정안은 ...

    3. 3

      [사설] 국빈 방문 직전에 '反日 동참' '하나의 중국' 압박한 中

      이재명 대통령의 4일 중국 국빈 방문을 앞두고 그제 조현 외교부 장관과 통화한 왕이 중국 공산당 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 장관의 발언은 정상회담 의제 조율 차원을 넘어 한국에 대한 노골적인 압박으로 읽힌다. 그의 발언...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