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납품업체가 성장률 더 높았다는 증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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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이 10대 그룹 대표기업과 거래하는 692개 협력업체들의 매출을 조사한 결과 지난 10년(2002~2011년)간 3.08배나 늘어 같은 기간 대기업 매출액 증가율(2.78배)을 앞섰다고 한다. 이 기간 중 대기업과 협력업체 간 영업이익률 격차는 9.2%포인트에서 3.5%포인트로 크게 줄었다. 성장성 수익성면에서 모두 협력업체의 도약이 두드러졌다는 얘기다. 대기업이 성장하면 그 효과가 협력업체로 확산된다는 낙수효과가 입증된 셈이다. 소위 대기업의 팔목비틀기로 협력업체들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주장이 허위라는 것을 명백히 보여주는 증거다.
대기업과 협력업체가 ‘윈-윈’ 관계에 있다는 증거는 이것 말고도 많다. 경제개혁연구소에 따르면 2000년 이후 4~5%였던 일반 중소기업들의 영업이익률은 2009년부터 3%대로 주저앉았다. 반면 대기업 협력업체는 5%대의 안정적 이익을 내고 있다. 삼성전자 주요 10개 휴대폰 협력사는 작년에 8.4%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반도체 부문 10개사 평균은 18.8%다. 삼성전자보다 판매마진을 더 남겼다는 뜻이다. 물론 모든 중소기업이 낙수효과를 얻지는 못한다. 경쟁에서 도태된 업체 중에는 도산하는 곳도 많다. 거래를 터주지 않는 대기업에 서운한 점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시장은 원래 그런 곳이다. 치열한 경쟁을 이기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 그래야 기업이 강해지고 고용이 창출되며 소비자 후생도 늘어나게 된다.
치열한 생존노력은 고려하지 않고 대기업은 그저 납품업체와 중소기업을 등치는 사악한 존재로만 비쳐진다. 원가후려치기, 일감몰아주기라며 이를 규제하자는 경제민주화 구호들만 쏟아진다. 기업의 내부거래도 그렇다. 안정적 자재조달이나 보안 등 산업특성상 수직계열화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도 모든 내부거래는 곧 악으로 인식되는 게 현실이다. 삼성과 현대차그룹을 제외한 10대 그룹 상장사의 상반기 영업이익이 무려 26.9% 급감했다고 한다. 삼성 현대차도 애플과의 소송, 일본차의 견제로 결코 앞날이 녹록지 않다. 갈길은 먼데 선두 주자들을 격려하기는커녕 너도나도 발목만 잡으려 든다. 한국경제의 미래가 정말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