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슈퍼마켓에서 권장소비자 가격보다 50~70% 싸게 파는 ‘반값 아이스크림’ 상품이 갈수록 줄어들 전망이다. 빙과업체들이 “아이스크림 가격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을 없애겠다”며 제품 포장에 표시된 권장가를 잇달아 내리고 있어서다. 업계 1위 롯데제과에 이어 2위 빙그레가 최근 주요 제품 권장가 인하에 나섰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빙그레는 지난달 말 동네 슈퍼 등 일반 소매점에 공급하는 아이스크림 4종의 권장가를 44~50% 인하했다. ‘참붕어싸만코’와 ‘빵또아’는 2000원에서 1000원, ‘투게더’는 9000원에서 5000원, ‘엑설런트’는 1만1000원에서 6000원으로 각각 내렸다. 빙그레 관계자는 “동네 슈퍼 등에서는 50~70% 할인 판매가 상시적으로 이뤄져 사실상 권장가의 의미가 없었다”며 “실제 판매가와 권장가의 차이를 줄여 소비자들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인하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롯데제과는 지난 2월 ‘셀렉션’과 ‘티코’ 권장가를 8000원에서 5000원으로 내린 것을 시작으로 ‘권장가 인하’ 대상 품목을 확대하고 있다. 간판 제품인 ‘설레임’ 권장가를 2000원에서 1000원으로 내리는 등 모두 16종 제품 가격을 28~50% 인하했다.

아이스크림 권장가가 떨어져도 소비자들이 동네 슈퍼 등에서 실제로 구매하는 가격은 내려가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빙과업체가 대리점을 통해 소매점에 공급하는 납품가는 변동이 없어 소매점들이 권장가보다 50~70% 싸게 팔아온 기존 가격을 더 낮추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소매점들은 빙과업체에서 권장가 1000원짜리 아이스크림을 300원대에 납품받는다. 권장가보다 50% 싸게 팔아도 30~40%의 마진을 남길 수 있고, 대리점들이 일반 납품가보다 더 싸게 공급하는 ‘땡처리’ 물량을 활용하면 70% 할인 판매해도 이익을 볼 수 있는 구조다. 하지만 권장가가 절반으로 떨어지면 소매점들은 이전과 같은 ‘반값 할인’을 내걸지 못하게 된다.

빙과업체들은 전체 아이스크림 매출의 70%를 차지하는 동네 슈퍼에 편의점보다 싸게 납품하고 있다. 동네 슈퍼는 다른 품목에 비해 권장가와 납품가 차이가 큰 아이스크림을 ‘50~70% 할인’ 등을 내걸어 손님을 끄는 미끼상품으로 활용해왔다. 동네 슈퍼의 할인율이 제각각이어서 보통 권장가보다 10~20% 싸게 파는 편의점과 판매가격 차이가 2배 이상 나기도 한다.

‘권장가 인하’에 대해 일반 소매점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손님을 끌어모을 수단을 잃게 된 소매상들의 반발이 심하다”며 “업계 1위인 롯데가 먼저 권장가 인하에 나선 데 대해 다른 업체들이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인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점유율 2위인 빙그레가 동참함에 따라 권장가 인하에 나서는 업체와 품목 수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한 빙과업체 관계자는 “권장가를 표시하지 않는 편의점 제품에 대해서도 판매가격 인하를 협의 중”이라며 “권장가와 실제 판매가뿐 아니라 동네슈퍼와 편의점 간 가격 차도 줄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