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작책 효과·역효과 동시 강조..힌트는 안줘
"QE3 임박" vs "당장 없을 것" 전망도 엇갈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실업률이 좀체 낮아지지 않는 등 미국 경제 상황이 기대에 훨씬 미치지 못하고 있어 언제라도 경기 부양책을 쓸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31일(현지시간) 오전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각 지역 연방준비은행 총재와 경제학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이 주최한 연례 포럼에서 이같이 말했다.

추가 부양책 시행에 무게를 두는 듯했지만 실제 진작책을 내놓을지, 언제 어떤 정책을 쓸지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아 시장에 3차 양적완화(QE) 조치가 임박했다는 기대감과 어떤 액션도 없을 것이라는 실망감을 동시에 주고 있다.

버냉키 의장은 기조연설에서 "미국의 실업률은 1월 이후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으며 경제가 좀 더 빨리 성장하지 않는다면 취업자 수가 최고치에 달하더라도 실업률이 매우 높은 수준에 머무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경제 상황이 기대에 훨씬 미치지 못하고(far from satisfactory) 있고 고실업률이 고공행진을 지속하는 것은 인적 자원의 낭비일 뿐 아니라 미국 경제에 주는 구조적 타격이 수년간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버냉키 의장은 따라서 "연준의 정책 수단에 불확실성과 한계가 있기는 하지만 물가 안정을 전제로 경기 회복을 견인하고 노동 시장을 개선하기 위해 추가 조치를 취하는 방안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는 버냉키 의장이 늘 하던 수위의 원론적인 발언이다.

연준은 두 차례 양적완화 조치를 통해 2조3천억달러 상당의 국채를 사들이는 등 유동성 확대 정책을 폈으나 월간 실업률은 3년 이상 8%를 웃돌고 있다.

버냉키 의장은 중앙은행이 비전통적인 정책을 써서는 안 된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1~2차 양적완화 등이 경기 회복과 고용 증가에 기여하는 효과가 있었다고 반박하면서도 그 위험성을 간과해서도 안 된다고 부연했다.

그는 "4년간 대규모로 채권을 매입한 결과 장기 국채 금리가 크게 낮아졌지만, 증권시장 기능을 손상할 수 있고 금융 정책 하나로 미국 경제가 처한 재정·금융 위기를 완화할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경기 진작책의 긍정적 효과와 부정적 영향을 동시에 언급한 셈이다.

그가 노동 시장의 스태그네이션(장기침체)이 '중대 관심사'(grave concern)라고 강조했다는 점을 토대로 추가 국채 매입 등 연준의 경기 진작책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는 관측과 최근 경기가 회복 국면에 진입했음을 뒷받침하는 일부 경제 지표를 근거로 추가 정책은 당분간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 소재 웰스파고증권의 마크 비트너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통신 인터뷰에서 "버냉키 의장의 발언으로 볼 때 추가 통화 확대 정책 시행 가능성이 과거 어느 때보다 커졌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100% 장담할 수는 없으며 시행 시점도 궁금하기는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연준은 다음 달 7일 발표되는 8월 실업률 및 새 일자리 창출 등의 고용 지표 등을 고려해 12~13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추가 경기 진작책 시행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워싱턴연합뉴스) 강의영 특파원 keyke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