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매출순위 1000대 기업이 작년에 고용한 인력은 8만6700명으로 9년 만에 최대 규모라고 한다. 전년 대비 증가율(5.4%)은 기업 전체의 고용증가율(1.7%)보다 세 배나 높다. 특히 작년 1000대 기업은 순이익이 전년보다 19.0% 감소한 95조원에 머물렀는데도 전년보다 훨씬 더 많은 직원을 채용했다는 것이다. 어려울수록 미래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성숙한 모습이 드러난다.

기업별로는 1위가 삼성전자(6311명), 2위 LG디스플레이(4686명), 3위 롯데쇼핑(2818명) 등 전통의 재벌 제조업과 사회적 지탄을 받고 있는 대형 유통업체들이다. 유통업체는 SSM 등에 대한 본격적 규제가 들어오기 전인 재작년에는 롯데쇼핑이 1위를 기록하는 등 상위권을 휩쓸었을 정도였다. 재벌 그룹에서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는다는 사실과 다른 헛소리들은 지금도 되풀이되고 있다. 그러나 진실은 그렇지 않다. 30대그룹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2년부터 작년까지 30대그룹의 고용은 64%나 늘어났다. 좌파 경제학자들이 출자규제를 비난하고 문어발 확장이라고 매도하는 신규사업 진출이나 과감한 확장증설 투자가 이처럼 고용을 늘린 것이다.

일자리 창출의 1등공신은 역시 대기업의 투자라는 것은 긴 설명이 필요없다. 그러나 지금 정치권은 이 사실을 전혀 인정하지 않고 있다. 대기업을 규제하는 현행 법령만도 34개다. 부속 시행령은 84개나 된다. 놀랍게도 시행령 84개 중 34개는 이명박 정부에서 만들어졌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하는 ‘규제 자유도 순위’는 2009년 98위, 2010년 108위에서 작년에 117위로 3년 연속 추락했다.

FT는 최근 한국 대기업들의 해외이전이 늘면서 일자리가 줄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정치권이 국내 일자리를 해외로 축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 선거를 앞둔 지금 정치권은 일자리 창출이 최고의 복지라고 합창을 한다. 그러면서도 일자리 축출 법안을 경쟁적으로 만들고 있다. ‘표식(票食)동물’의 이율배반적 속성이다. 기업 의욕을 꺾으면서 고용을 확대하라는 거짓말을 언제까지 계속할 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