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 DNA 윤부근의 '원·차·스 전략'…"삼성 생활가전 전제품 1위 만들 것"
“TV 베젤(테두리)이 얇아져 더 이상 디자인할 게 없다고 하는데, 그렇기 때문에 차별화가 가능하다. 더하기, 빼기를 하면 사람들 사이에 변별력이 없지만 미적분을 하면 생긴다. 결국 어려울 때가 기회다. 그래야 차별화되고, 격차가 생긴다. 내년엔 새 디자인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불가능을 모르는 남자’로 불리는 윤부근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담당 사장(사진)의 말이다. 윤 사장은 30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TV 디자인에서 더 할 게 뭐가 있는가’라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이날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12’ 개막에 앞서 베를린 메세(만국박람회장)에서 가진 삼성전자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2015년까지 생활가전 전 품목에서 글로벌 1위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소니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7년째 글로벌 TV 1위를 이끌고 있는 윤 사장은 올해 생활가전 부문까지 떠맡았다.

냉장고 세탁기 등 백색가전은 제품 교체주기가 길어 변화가 늦다. 한 업체가 점유율을 급격히 늘리기 어려운 구조다. 그러나 업계는 윤부근의 행보를 주시한다. ‘1등 DNA’를 아는 사람이어서다. 2006년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보르도 TV’가 그의 손을 거쳤다. 2008년 금융위기 와중에 값이 1.5배 이상 비싼 LED(발광다이오드) TV를 밀어붙여 성공을 일궜다. 2010년엔 12㎜ 두께였던 TV 베젤을 5㎜로 줄여 초격차를 만들어냈다.

윤 사장은 “1등을 해봤기 때문에 그 길을 알고 있다”며 “백색 가전에서도 스피드와 감각적 디자인을 살린다면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원차스(원가를 절감하고, 차별화하고, 스피드를 낸다)란 슬로건을 만들어 직원들을 독려하고 있다. ‘윤부근표 가전’ 첫 작품은 지난 7월 나온 냉장고 T9000이다. 세계 최초로 900ℓ벽을 깼고, 주부의 사용행태를 파악해 냉장고를 위, 냉동실을 아래 배치했다. 윤 사장은 “가전제품의 궁극적 방향은 요리를 즐기듯 가사노동을 즐길 수 있게 만드는 게 아닌가 한다”고 했다.

TV는 ‘초격차’ 확대가 목표다. 시장은 올해 경제 위기로 주춤거리고 있지만, “삼성은 지난해보다 15% 늘어난 5000만대 판매에 문제가 없을 것”이란 게 그의 설명이다.

윤 사장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를 4분기에 출시해 내년에도 시장보다 더 성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시장 이상의 성장’이란 목표에 대해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에게 배웠는데 그렇게 좋은 건 절대 잊지 않는다”며 웃었다.

독일은 그에게 추억이 어린 곳이다. 윤 사장은 1999년부터 3년간 독일 주재원으로 밤낮 없이 일했다. 주민들이 “대체 무슨 회사인데 밤새 불 켜놓고 있냐”며 신고할 정도였다. 그래서 커튼을 쳐놓고 일했다. 윤 사장은 “삼성 TV가 1위가 됐고 당시 과장급이던 저도 삼성전자를 대표해 이 자리에 있다. 세계 최고를 향한 그 열정이 오늘의 결실을 이룬 거 같아 뜻깊다”고 소회를 털어놨다.

그는 “글로벌 위기로 불확실성이 커졌지만 우리가 하기에 따라선 최고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말로 간담회를 마무리했다. 배석한 삼성전자의 한 임원은 “윤 사장 앞에선 안된다는 말을 못한다”며 혀를 내둘렀다.

베를린=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