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리치의 투자비밀①]'큰 손'은 사모 ELS 매력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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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암흑기, 대한민국 고액자산가들은 어떻게 움직였을까?
실질금리는 마이너스에 머문지 오래고, 부동산 침체는 계속되고 있다. 경제 저성장 기조도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고액자산가들은 그동안 자신만의 재테크 경험과 노하우를 앞세워 거센 풍파를 헤쳐나가고 있다.
<한경닷컴>은 자산 20~30억원 이상을 보유한 슈퍼리치들의 자산관리를 전담하고 있는 대한민국 최고의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 10명을 심층 인터뷰해 빈사 증시 생존전략의 속살을 들여다 봤다.
증시 침체기에 한국의 슈퍼리치들은 자신들의 자산을 어떻게 지켜냈고, 어떤 금융상품에 주목했는지, 그 투자비법을 10회에 걸쳐 공개한다. <편집자 주>
"고액자산가들이 장기 투자를 선호할 것 같지만 최근에는 그렇지 않습니다. 소위 말하는 '큰 손'들은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장기 투자를 꺼리고 현금비중을 다소 높인 상태입니다. 국내외 경제 회복에 대해 마냥 낙관론을 펼치지 않기 때문이죠."
서울시 중구 수하동에 위치한 미래에셋증권 WM센터원은 VIP 중에서도 VVIP를 대상으로 한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적게는 20~30억원에서 많게는 100억원까지 맡기는 고객들이 이 곳을 찾는다.
이철호 미래에셋증권 WM센터원 부장(사진)은 2011년 3월 WM센터원 오픈 당시부터 이 곳을 지키며 '큰 손'들을 위한 금융자산 포트폴리오를 제공해왔다. <한경닷컴>과 인터뷰에서는 경기침체기 고액자산가들의 자산관리 비법을 가감 없이 공개했다.
◆ 투자자산 줄이고 현금비중 늘려
'원금보존', '중위험·중수익', '절세'.
이 부장은 최근 고액자산가들이 주목하고 있는 키워드를 세 가지로 정리했다. 투자형 자산은 최소화하면서 안정을 추구하는 성향이 그대로 나타난다.
"지난해 초 코스피지수가 2100선에 머무를 당시 제가 상담한 고액자산가들은 대부분 주가 수준이 부담스럽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습니다. 그리스 재정위기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조금씩 들릴 무렵이었죠. 지난해 8월부터 불거진 유럽 재정위기를 예측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투자형 자산의 보유 비중을 미리 줄여놓은 것이 도움이 됐습니다."
이 부장은 대부분 '큰 손'이 이 때 늘려놓은 현금비중 약 30%를 아직 유지하고 있다고 귀뜸했다. 당시 이 현금은 원금보존형 사모펀드에 투자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시뮬레이션 결과 당시 목표 수익률인 10~11%를 달성하지 못해 정리를 했고, 이후 현금 비중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이 부장이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는 '큰 손'들은 국내외 주식형자산 투자 비중도 평균 30% 가량된다. 하지만 대부분 인덱스펀드 등 형태로 기존에 남은 투자형 자산에 대해 관망세를 유지하는 분위기다. 이러한 보수적인 태도는 향후 국내외 경제를 낙관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이 부장은 설명했다.
"유럽은 물론이고 미국과 중국의 경제회복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남아있는 이슈가 아직 많습니다. 전 세계 각국의 정권교체 시기와 맞물려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정권교체 후 기존에 약속됐던 경기 부양책들이 이행되는지 여부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때문에 고액자산가들은 당분간 현재의 자산배분 형태를 유지하고 투자형자산 확대는 내년 이후에나 검토하게 될 것 같습니다."
◆ '큰 손'은 사모 ELS 매력에 빠졌다
이에 따라 다소 저조한 수익률은 월지급식 주가연계증권(ELS)을 통해 만회하고 있다. 전체 투자자산 중 월지급식 ELS가 차지하는 비중은 40%로 가장 크다. 변동성이 높은 종목형 ELS는 염두에 두지 않고, 지수형 ELS만을 투자 대상으로 하고 있다. 주요 기초자산은 코스피200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 홍콩항셍지수 등 3개다.
이 부장은 "지난해 8월부터 매달 2~3개씩 평균 20억원 단위의 사모 ELS를 발행해 왔다"며 "10~11% 쿠폰(이자)이 있기 때문에 변동성이 높은 종목형 ELS에 투자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고액자산가들은 금과 은을 기초자산으로 한 월지급식 ELS도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만기시 최초기준가격의 60% 미만으로 하락하지 않으면 원금이 보존되고, 10~11% 수준의 이자를 선취할 수 있도록 설계된 상품"이라며 "리스크를 줄였기 때문에 대부분 고액자산가들은 8% 이상의 수익률을 보장해주는 상품이면 수긍한다"고 말했다.
이 부장은 또 "최근 2013년 세제개정안에 따라 고액자산가들은 금융자산에 대한 조세저항 심리를 나타내기 보다 대안찾기에 몰두하고 있다"며 "즉시연금, 브라질국채, 물가연동채권 등을 주로 논의하지만 역시 장기 투자를 염두에 두는 사람은 적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현재 고액자산가들은 그야말로 '정중동(靜中動)' 상태다. 하지만 현재 보유하고 있는 현금을 재투자할 시기와 투자처를 찾는데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이 부장은 강조했다.
그는 "현재는 일정부분 현금 비중을 유지하고 있으나 금리 반등 시 국내 국채를 재매입할 수 있다"며 "올해는 코스피 2000선 돌파가 요원해 보이는 만큼 글로벌 경기회복이 가시화될 것으로 보이는 내년 이후 국내 인덱스나 해외 하이일드 채권, 이머징국공채 위주의 펀드를 권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경닷컴 김효진 기자 jinhk@hankyung.com
실질금리는 마이너스에 머문지 오래고, 부동산 침체는 계속되고 있다. 경제 저성장 기조도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고액자산가들은 그동안 자신만의 재테크 경험과 노하우를 앞세워 거센 풍파를 헤쳐나가고 있다.
<한경닷컴>은 자산 20~30억원 이상을 보유한 슈퍼리치들의 자산관리를 전담하고 있는 대한민국 최고의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 10명을 심층 인터뷰해 빈사 증시 생존전략의 속살을 들여다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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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액자산가들이 장기 투자를 선호할 것 같지만 최근에는 그렇지 않습니다. 소위 말하는 '큰 손'들은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장기 투자를 꺼리고 현금비중을 다소 높인 상태입니다. 국내외 경제 회복에 대해 마냥 낙관론을 펼치지 않기 때문이죠."
서울시 중구 수하동에 위치한 미래에셋증권 WM센터원은 VIP 중에서도 VVIP를 대상으로 한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적게는 20~30억원에서 많게는 100억원까지 맡기는 고객들이 이 곳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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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자자산 줄이고 현금비중 늘려
'원금보존', '중위험·중수익', '절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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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초 코스피지수가 2100선에 머무를 당시 제가 상담한 고액자산가들은 대부분 주가 수준이 부담스럽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습니다. 그리스 재정위기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조금씩 들릴 무렵이었죠. 지난해 8월부터 불거진 유럽 재정위기를 예측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투자형 자산의 보유 비중을 미리 줄여놓은 것이 도움이 됐습니다."
이 부장은 대부분 '큰 손'이 이 때 늘려놓은 현금비중 약 30%를 아직 유지하고 있다고 귀뜸했다. 당시 이 현금은 원금보존형 사모펀드에 투자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시뮬레이션 결과 당시 목표 수익률인 10~11%를 달성하지 못해 정리를 했고, 이후 현금 비중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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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은 물론이고 미국과 중국의 경제회복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남아있는 이슈가 아직 많습니다. 전 세계 각국의 정권교체 시기와 맞물려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정권교체 후 기존에 약속됐던 경기 부양책들이 이행되는지 여부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때문에 고액자산가들은 당분간 현재의 자산배분 형태를 유지하고 투자형자산 확대는 내년 이후에나 검토하게 될 것 같습니다."
◆ '큰 손'은 사모 ELS 매력에 빠졌다
이에 따라 다소 저조한 수익률은 월지급식 주가연계증권(ELS)을 통해 만회하고 있다. 전체 투자자산 중 월지급식 ELS가 차지하는 비중은 40%로 가장 크다. 변동성이 높은 종목형 ELS는 염두에 두지 않고, 지수형 ELS만을 투자 대상으로 하고 있다. 주요 기초자산은 코스피200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 홍콩항셍지수 등 3개다.
이 부장은 "지난해 8월부터 매달 2~3개씩 평균 20억원 단위의 사모 ELS를 발행해 왔다"며 "10~11% 쿠폰(이자)이 있기 때문에 변동성이 높은 종목형 ELS에 투자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고액자산가들은 금과 은을 기초자산으로 한 월지급식 ELS도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만기시 최초기준가격의 60% 미만으로 하락하지 않으면 원금이 보존되고, 10~11% 수준의 이자를 선취할 수 있도록 설계된 상품"이라며 "리스크를 줄였기 때문에 대부분 고액자산가들은 8% 이상의 수익률을 보장해주는 상품이면 수긍한다"고 말했다.
이 부장은 또 "최근 2013년 세제개정안에 따라 고액자산가들은 금융자산에 대한 조세저항 심리를 나타내기 보다 대안찾기에 몰두하고 있다"며 "즉시연금, 브라질국채, 물가연동채권 등을 주로 논의하지만 역시 장기 투자를 염두에 두는 사람은 적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현재 고액자산가들은 그야말로 '정중동(靜中動)' 상태다. 하지만 현재 보유하고 있는 현금을 재투자할 시기와 투자처를 찾는데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이 부장은 강조했다.
그는 "현재는 일정부분 현금 비중을 유지하고 있으나 금리 반등 시 국내 국채를 재매입할 수 있다"며 "올해는 코스피 2000선 돌파가 요원해 보이는 만큼 글로벌 경기회복이 가시화될 것으로 보이는 내년 이후 국내 인덱스나 해외 하이일드 채권, 이머징국공채 위주의 펀드를 권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경닷컴 김효진 기자 jin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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