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은 모두에게 사랑받는 기업이 되는 것입니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이해관계자들에게 이해와 사랑을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사진)은 최근 운영회의에서 포스코 패밀리 차원에서 ‘사랑받는 기업론’을 실천할 것을 강조했다. 그가 말하는 이해관계자에는 직원, 주주, 고객, 파트너는 물론 지역 사회와 국가까지 포함된다. 포스코에 따라 다니는 ‘국민기업’이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정 회장은 인터뷰 등을 통해 대외적으로 자신의 경영철학을 잘 드러내지 않는 스타일이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기회 있을 때마다 포스코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경영 이념을 강조하고 있다. 정 회장은 직접 부서 및 팀별 점심 미팅 등을 통해 직원들과 소통하고 있다.

정 회장은 ‘사랑받는 기업’ 외에도 여러 가지 경영 키워드를 제시하고 있다. 현재는 물론 앞으로 다가올 수 있는 여러 어려움에 대처하려면 ‘패러독스(paradox) 경영’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패러독스 경영은 ‘차별화’와 ‘원가 경쟁력’처럼 과거에는 양립하기 어렵다고 여겨졌던 개념들을 결합해서 성과를 내는 것이다. 철강 공급 과잉 시대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최저 원가로 최고 품질을 실현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는 뜻이다. 정 회장은 “마케팅 등 경영지원 부문과 제철소, 연구소가 한데 힘을 모아 패러독스 경영이 빠른 시일 내에 자리잡을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주문했다.

그는 유럽 재정위기 등 세계 경제의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시나리오 경영도 당부하고 있다. 국내외 경제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예단하기 힘들기 때문에 세분화한 상황 설정을 통한 경영전략 수립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포스코는 현재 상황을 ‘위기’라고 정의하고 매달 정 회장이 주재하는 전사 회의를 통해 경영전략과 방향을 수정하고 있다.

정 회장은 “단순히 최선·보통·최악의 경우로 나눠 경영전략을 세우는 것으로는 부족하다”며 “더 세분화한 시나리오별 경영전략을 만들어 위기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술 경영도 빼놓을 수 없다. 파이넥스 공법과 같은 독자 기술이 포스코의 경쟁력을 한단계 높여줄 것이라는 게 정 회장의 판단이다. 중국 등의 저가 공세를 이겨낼 무기도 궁극적으로 품질 우위밖에 없다는 믿음이다.

그는 “기술은 신뢰와 함께 포스코의 아이덴티티이며, 앞으로 나아가야 할 목표이자 방향”이라며 “높은 기술력으로 생산한 차별화한 제품만이 최고의 평가와 가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인본주의 정신도 강조한다. 인간 존중을 바탕으로 가정이 행복의 울타리, 직장이 화합의 울타리가 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정 회장은 “급속한 산업화와 패러다임 전환으로 우리 사회는 분절화하고 무한 경쟁이 일상이 되고 있다”며 “인간 존중 문화를 튼튼하게 뿌리내리는 것은 또 다른 기업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