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애플 소송에 대한 미국 배심원단의 일방적 애플 편들기는 외국 전문가들조차 부끄럽다고 할 정도다. 애국심에 눈이 멀어 디자인 특허에 대한 합리적 판단이 실종됐다는 비판이다. 삼성에 죄가 있다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에서 애플을 제쳤다는 것뿐이다. 삼성·애플 간 특허소송이 세계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한국기업에 대한 집중 견제를 상징한다는 분석은 그래서 더욱 설득력있게 들린다.

한국기업을 타깃으로 한 특허소송은 거의 전 분야에서 벌어지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아라미드 섬유 건으로 미국 듀폰과 특허소송 중이다. LG전자는 독일 오스람과 LED특허 소송으로 싸우고 있다. 또 포스코와 신일본제철은 전기강판 특허소송으로 맞서 있다. 한국기업에 대한 국제특허 소송은 지난해 278건으로 2009년보다 80.5%나 급증했을 정도다.

선진국 정부도 이런 특허소송에 가세하는 양상이다. 미 법무부는 삼성SDI와 LG화학을 2차전지 담합혐의로 내사 중이다. 미 최대 2차전지 회사 에너원이 파산보호를 신청한 것과 무관치 않다. 미 상무부는 삼성전자 LG전자 등이 세탁기를 덤핑했다며 최고 82% 관세를 매기겠다고 나섰다. 월풀의 주장을 받아들인 결과다. 또 유럽연합(EU)은 현대·기아차가 너무 잘 팔린다는 이유로 한국을 수출 우선감시대상국으로 지정하려고 한다. 자동차 경쟁력에서 밀린 프랑스의 일방적 요구다. 한국을 상대로 한 반덤핑 등 수입규제조치는 올해 들어서만 120여건으로 이미 지난해 수준을 넘어섰다. 경제가 후퇴하면 보후무역주의가 기승을 부린다지만 너무나 노골적이다. 그것도 정부,기업 양쪽에서 전방위적이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때다. 신속한 추격자 전략으로 성공을 거둔 한국 기업들이 여세를 몰아 이제 막 시장선도적 위치로 올라서려는 순간이다. 선진국 견제는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이다. 한 단계 더 성숙한 기회로 만들어야 할 때다. 역량을 더 키워야 한다. 우수한 제조기술력에 특허 디자인 등 소프트파워를 강화하면 못 해낼 것도 없다. 여전히 반기업 캠페인에 여념이 없는 게 정치다. 그래서 믿을 건 기업뿐이다. 이빨을 꽉 다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