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는 이동통신 3사 가운데 만년 꼴찌였다. 1등인 SK텔레콤과 2등인 KT를 따라잡겠다는 의지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대부분 직원들은 “악조건 속에서 이 정도 하고 있는 것도 정말 대단한 일”이라는 3류 의식에 빠져있었다. 고객들 역시 이 회사의 통화 품질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았다.

하지만 달라졌다. 1년 전만 해도 치료불가능해 보였던 이 회사의 분위기는 이제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꽉 차 있다. 직원들은 자신의 승용차에 LG유플러스 로고가 그려진 스티커를 자발적으로 붙이기 시작했다. 무엇이 이 회사를 환골탈태시킨 것일까.

○과감한 승부수로 1등 넘본다

“올해는 우리 회사가 1등으로 도약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이자 또한 마지막 기회다. 우리는 할 수 있다.”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이 올해 초 신년사를 통해 직원들에게 한 말이다. 이동통신 시장이 3세대(3G)에서 4세대(LTE·롱텀에볼루션)로 넘어가는 올해야말로 ‘만년 3등’에서 벗어나는 승부수를 띄울 기회라는 것이다.

LTE 사업에 대한 LG유플러스의 투자는 주변에서 보기에 무모해 보일 정도로 과감했다. 지난해 12월 전국 84개 주요 도시에 LTE망을 구축한 데 이어 올해 3월 889개 군·읍·면 지역과 고속도로, 지방국도 등을 포함한 전국 네트워크를 설치했다. 세계 최초의 ‘LTE 전국망 구축’이었다. 이를 위해 1조3500억원을 투입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LTE 상용서비스를 지난해 7월 시작한 이후 9개월 만에 인구 대비 99.9% 수준의 커버리지를 구현한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최첨단 이동통신을 전국에서 촘촘하게 쓸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자 고객들의 반응도 달라졌다. 현재 가입자는 310여만명(23일 기준)으로 SK텔레콤(450만명)보다는 적지만 ‘확고한 2위’로 올라섰다.

LG유플러스 직영 대리점의 한 관계자는 “자발적으로 LG유플러스 대리점을 찾는 고객들이 부쩍 늘었다”며 “고객 모집에 들어가는 비용과 수고를 덜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매장 밖으로 나가 호객행위까지 해야 했던 것과 비교하면 ’정말로 달라졌다’는 것이 LG유플러스 영업 담당자들의 얘기다.

○1000만명 가입자 돌파 눈앞

LG유플러스 전체 가입자의 31%가량이 ‘LTE 가입자’다. 세 명 중 한 명꼴로 LTE 스마트폰을 쓴다는 얘기다. SK텔레콤(17%)이나 KT(11%)에 비하면 2~3배 높은 비율이다.

LTE폰은 요금제가 상대적으로 비싸다 보니 가입자당 월평균 매출(ARPU)이 많은 편이다. 지난 2분기 ARPU는 3만3871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가량 늘었다.

LG유플러스는 휴대폰 가입자 1000만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 21일 기준 이 회사의 이동통신 서비스 가입자는 998만명이다. 오는 27일께 10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회사 측은 예상하고 있다. 1997년 10월 ‘LG텔레콤’이 이동전화서비스를 시작한 지 14년10개월 만에 1000만명을 넘어서는 것이다.

가입자 수 800만명에서 900만명으로 늘어나는 데 31개월가량 소요된 반면 900만명에서 1000만명으로 늘어나는 데에는 19개월이 걸렸다. 가입자가 많아질수록 ‘순증’가입자가 늘어나는 속도가 둔화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LG유플러스는 무려 1년이나 앞당겼다. 이 회사의 순증 가입자는 올 들어 매달 7만5000명씩 늘고 있다. 2004년 이후 가장 빠른 증가세다.

○‘만년 3등’의 유쾌한 반란

이 부회장은 “가입자 1000만명 돌파는 목표가 아닌 통과점일 뿐”이라며 “직원들의 사기와 태도가 바뀌었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말을 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만년 3위’의 역사가 직원들의 가슴을 너무나 무겁게, 너무나 오랫동안 짓눌러왔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외환위기 이후 대규모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SK텔레콤이 신세기통신을 인수했고, 이듬해 한국통신프리텔(지금의 KT)이 한솔PCS를 사들였다. 외톨이로 남은 LG유플러스는 그때부터 ‘가시밭길’을 걸었다.

이동통신 서비스가 2G에서 3G로 넘어가는 무렵은 LG유플러스에 ‘생각하기조차 싫은 끔찍한 시기’였다. 당시 SK텔레콤과 KT는 유럽식 표준인 ‘비동기식’을 할당받은 반면 LG유플러스는 전 세계적으로 사용자가 적은 ‘동기식’을 받았다. 동기식을 쓰는 사용자가 전 세계적으로 적다 보니 휴대폰조차 제대로 구할 수 없었다.

LG유플러스는 2006년 7월 동기식 주파수를 반납했다. 3G서비스를 포기한 셈이다. 애플 아이폰과 삼성전자 갤럭시 등 첨단 스마트폰으로 KT와 SK텔레콤이 시장을 재편하는 과정을 LG유플러스는 제3자처럼 지켜봐야만 했다.

반전의 기회가 온 것은 지난해 시작한 LTE 서비스였다. LG는 여기에 ‘올인’했다. 1년여 만에 300만명이 넘는 LTE 가입자를 유치한 LG유플러스는 이 기세를 몰아 시장의 주도권을 휘어잡자고 직원들을 계속 독려하고 있다.

○차별화 포인트 찾아야

이동통신 시장의 판을 뒤흔드는 데 성공한 LG유플러스에도 위험요인은 있다. 과감한 투자와 마케팅에 따른 실적 악화다. 지난 2분기 매출은 2조799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5%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3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분기와 비교해 94.8% 줄었다. 마케팅 비용은 지난 2분기 4866억원으로 전년 동기(3940억원)에 비해서는 23.5%, 올 1분기(3506억원)와 비교하면 38.8% 증가했다.

빠른 네트워크 구축으로 LTE 시장을 선점한 효과도 오래갈 수 없다. 경쟁사들이 이미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섰다. 또 다른 차별화 포인트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LG유플러스는 VoLTE(LTE 네트워크를 이용한 음성통화)와 플랫폼·콘텐츠 서비스에 앞으로 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8일 ‘知音(지음)’이라는 이름으로 VoLTE 서비스를 시작했다. VoLTE 품질을 높이기 위해 800㎒ 주파수 대역 외에 2.1㎓ 상용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 부회장은 “우리의 목표는 고객에게 진정한 가치를 제공하는 ‘반려자’가 되는 것”이라며 “1000만명 가입자 돌파는 1등으로 도약하기 위한 경쟁의 기반이자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