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의 가장 무서운 敵이 편의점 삼각김밥인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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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카페 - 새로운 경쟁 패러다임
통합의 시대 非전통적 경쟁자 늘어…'게임의 룰' 바꾸는 아이디어 절실
직원들 '풀뿌리 창의성' 으로 돌파해야
통합의 시대 非전통적 경쟁자 늘어…'게임의 룰' 바꾸는 아이디어 절실
직원들 '풀뿌리 창의성' 으로 돌파해야
얼마 전 컴퓨터가 고장나 애프터서비스를 받으려고 전화를 했다. 한참 동안 친절하게 상담해준 상대방이 당연히 한국인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메일 주소를 받고 보니 뭔가 특이했다. 한국어로 이름을 말할 때는 성이 김씨였는데, 영어 주소에는 ‘진(Jin)’으로 돼 있는 것이다. 혹시나 싶어 물어 보니 그는 한국어로 한국의 고객에게 서비스하는 델컴퓨터 중국지사 직원이었다. 국경없는 글로벌 경제를 실감할 수 있는 기회였다.
우리는 이미 의식하지 못하는 중에 얼기설기 엮여 있는 글로벌 경제 안에 살고 있다. 중국제 알람시계 소리에 눈을 뜨고, 미제 시리얼로 아침을 해결한 뒤 프랑스제 고속열차를 타고 출장을 떠난다. 점심식사 뒤에는 필리핀에서 수입한 바나나와 뉴질란드제 키위로 입가심을 한 뒤, 저녁에는 호주산 소고기 요리에 칠레산 와인을 곁들여 마시는 식이다. 글로벌 시장이 열리면서 국내 기업들에 시장이 넓어지기도 했지만, 예전에는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기업과 상품의 출현으로 기업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경쟁자가 양적으로 늘어난 것 이상으로 주의깊게 봐야 하는 현상이 하나 더 있다. 통섭과 융합의 시대에 걸맞게 상품이 진화하면서 비(非)전통적인 경쟁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한 국내 햄버거 체인업체의 임원은 가장 무서운 경쟁자는 글로벌 햄버거 체인이 아니라고 했다. 그는 편의점에서 사는 삼각김밥이야말로 무서운 경쟁자라며 긴장감을 그대로 드러냈다. 주(主)고객층인 청소년들이 골목마다 있는 편의점에서 1000원으로 손쉽게 삼각김밥을 사먹으면 굳이 햄버거 가게에 올 일이 없다는 말이었다. 소주회사는 중량감 있는 사극이나 정치 드라마가 방송되는 기간에는 매출이 줄어든다고 말한 적이 있다. 30, 40대 남성들이 긴장감 팽팽한 드라마에 끌려 TV 앞에 묶여 버리는 날이면 소주 판매가 감소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재미난 드라마를 만드는 방송국에 뭐라 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얼마 전에는 삼성전자, LG전자가 현대자동차그룹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기도 했다. 자동차 부품 중 전자장비의 비중이 늘어나면서 자동차용 반도체를 수입에 의존하던 현대자동차그룹이 전자장비를 생산하는 계열회사를 강화할 것이라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어차피 수입하던 물품이니 경쟁할 것이 없지 않느냐고 할 수 있지만, 전자회사의 반도체 개발 엔지니어들이 대거 이력서를 제출했다는 소문이 나면서 이제는 전자 회사와 반도체 회사가 경쟁사가 됐다.
이처럼 전통적 경쟁자의 숫자가 늘고 비전통적 경쟁자도 등장하면서 경쟁의 양상이 바뀌고 있다. 글로벌 경제에서는 생산에 필요한 자원을 구하는 일이 쉬워지고 생산자가 넘치면서 상품이 남다르지 않으면 고객으로부터 선택받지 못한다. 싸게 만드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남다르게 만드는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다. 창의성이 중요한 시대가 온 것이다.
우리는 흔히 창의성이라고 하면 토머스 에디슨 같은 발명가나 스티브 잡스 같은 희대의 사업 천재를 떠올리기 쉽다. 이런 사람들의 거대한 그림자를 보고 나면 누가 감히 창의성을 논할 수 있을까.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는 창의성은 그렇게 복잡하지도, 전문성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그보다는 기존에 있던 것들을 새로운 관점에서 보는 시각의 변화가 창의성의 핵심을 만든다고 할 수 있다.
애플이 충전 케이블에 발이 걸려 컴퓨터가 떨어지는 사고를 막기 위해 도입한 자석 탈·부착 방식의 전원 케이블이 처음 나왔을 때 고객들은 환호하며 스티브 잡스를 칭찬했다. 하지만 곧 그 아이디어가 일제 전기밥솥에서 나온 것을 알고 사람들은 비아냥거렸다. 이때 잡스는 직원들에게 굴하지 말고 더 많은 아이디어를 훔쳐오라고 주문했다. 아마 그의 머릿속에는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말이 떠올랐나 보다.
관점의 변화에 따른 창의적 아이디어는 단지 기업이 경쟁에서 이기도록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경쟁의 방식, 게임의 룰을 새롭게 바꾸는 역할을 한다. 빨간 국물 일색이던 라면 시장에 흰 국물 라면이 등장하자 시장은 두 손을 들고 반겼다. 원두로 커피를 고르던 시장에서 우유회사가 프림을 커피 선택 기준으로 제시하자 인스턴트 커피 시장에서 기업 순위가 바뀌었다. 이런 식으로 관점을 바꾸어 성공하는 창의성은 과연 어디서 구할 수 있을까. 바로 직원들이다.
경영자가 제 아무리 공부를 하더라도 직원들 100명, 그리고 그 직원들이 맺고 있는 인적 네트워크에 속한 1000명만큼 많은 아이디어를 생산할 수는 없다. 여전히 전문가가 필요하고 전략적 리더가 필요하긴 하지만 갈수록 직원들의 열정과 지식, 그들이 만들어내는 아이디어가 중요해지고 있다. 아이디어와 지식이 더욱 강조되는 지식사회에서 소수의 엘리트 직원에게만 의존하는 조직은 머지않아 한계에 도달할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자랑스럽게 출시했던 백과사전 엔카르타(Encarta)를 시장에서 사라지게 한 것은 다른 기업이 아니라 자원봉사자들의 위키피디아였다. 개인으로 보면 보잘것없지만 위키피디아가 깔아 놓은 멍석 위에 모여든 세계의 누리꾼들은 거함 MS도 침몰시킬 수 있다.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데 직원들은 도대체 태평세월이라고 서운해하는 대신 리더들이 직원들의 두뇌와 마음을 몰입으로 유도, 기업과 직원이 모두 행복해지는 풀뿌리 창의성을 만들어가길 기대한다.
김용성 <세계경영연구원(IGM) 교수>
우리는 이미 의식하지 못하는 중에 얼기설기 엮여 있는 글로벌 경제 안에 살고 있다. 중국제 알람시계 소리에 눈을 뜨고, 미제 시리얼로 아침을 해결한 뒤 프랑스제 고속열차를 타고 출장을 떠난다. 점심식사 뒤에는 필리핀에서 수입한 바나나와 뉴질란드제 키위로 입가심을 한 뒤, 저녁에는 호주산 소고기 요리에 칠레산 와인을 곁들여 마시는 식이다. 글로벌 시장이 열리면서 국내 기업들에 시장이 넓어지기도 했지만, 예전에는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기업과 상품의 출현으로 기업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경쟁자가 양적으로 늘어난 것 이상으로 주의깊게 봐야 하는 현상이 하나 더 있다. 통섭과 융합의 시대에 걸맞게 상품이 진화하면서 비(非)전통적인 경쟁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한 국내 햄버거 체인업체의 임원은 가장 무서운 경쟁자는 글로벌 햄버거 체인이 아니라고 했다. 그는 편의점에서 사는 삼각김밥이야말로 무서운 경쟁자라며 긴장감을 그대로 드러냈다. 주(主)고객층인 청소년들이 골목마다 있는 편의점에서 1000원으로 손쉽게 삼각김밥을 사먹으면 굳이 햄버거 가게에 올 일이 없다는 말이었다. 소주회사는 중량감 있는 사극이나 정치 드라마가 방송되는 기간에는 매출이 줄어든다고 말한 적이 있다. 30, 40대 남성들이 긴장감 팽팽한 드라마에 끌려 TV 앞에 묶여 버리는 날이면 소주 판매가 감소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재미난 드라마를 만드는 방송국에 뭐라 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얼마 전에는 삼성전자, LG전자가 현대자동차그룹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기도 했다. 자동차 부품 중 전자장비의 비중이 늘어나면서 자동차용 반도체를 수입에 의존하던 현대자동차그룹이 전자장비를 생산하는 계열회사를 강화할 것이라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어차피 수입하던 물품이니 경쟁할 것이 없지 않느냐고 할 수 있지만, 전자회사의 반도체 개발 엔지니어들이 대거 이력서를 제출했다는 소문이 나면서 이제는 전자 회사와 반도체 회사가 경쟁사가 됐다.
이처럼 전통적 경쟁자의 숫자가 늘고 비전통적 경쟁자도 등장하면서 경쟁의 양상이 바뀌고 있다. 글로벌 경제에서는 생산에 필요한 자원을 구하는 일이 쉬워지고 생산자가 넘치면서 상품이 남다르지 않으면 고객으로부터 선택받지 못한다. 싸게 만드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남다르게 만드는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다. 창의성이 중요한 시대가 온 것이다.
우리는 흔히 창의성이라고 하면 토머스 에디슨 같은 발명가나 스티브 잡스 같은 희대의 사업 천재를 떠올리기 쉽다. 이런 사람들의 거대한 그림자를 보고 나면 누가 감히 창의성을 논할 수 있을까.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는 창의성은 그렇게 복잡하지도, 전문성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그보다는 기존에 있던 것들을 새로운 관점에서 보는 시각의 변화가 창의성의 핵심을 만든다고 할 수 있다.
애플이 충전 케이블에 발이 걸려 컴퓨터가 떨어지는 사고를 막기 위해 도입한 자석 탈·부착 방식의 전원 케이블이 처음 나왔을 때 고객들은 환호하며 스티브 잡스를 칭찬했다. 하지만 곧 그 아이디어가 일제 전기밥솥에서 나온 것을 알고 사람들은 비아냥거렸다. 이때 잡스는 직원들에게 굴하지 말고 더 많은 아이디어를 훔쳐오라고 주문했다. 아마 그의 머릿속에는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말이 떠올랐나 보다.
관점의 변화에 따른 창의적 아이디어는 단지 기업이 경쟁에서 이기도록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경쟁의 방식, 게임의 룰을 새롭게 바꾸는 역할을 한다. 빨간 국물 일색이던 라면 시장에 흰 국물 라면이 등장하자 시장은 두 손을 들고 반겼다. 원두로 커피를 고르던 시장에서 우유회사가 프림을 커피 선택 기준으로 제시하자 인스턴트 커피 시장에서 기업 순위가 바뀌었다. 이런 식으로 관점을 바꾸어 성공하는 창의성은 과연 어디서 구할 수 있을까. 바로 직원들이다.
경영자가 제 아무리 공부를 하더라도 직원들 100명, 그리고 그 직원들이 맺고 있는 인적 네트워크에 속한 1000명만큼 많은 아이디어를 생산할 수는 없다. 여전히 전문가가 필요하고 전략적 리더가 필요하긴 하지만 갈수록 직원들의 열정과 지식, 그들이 만들어내는 아이디어가 중요해지고 있다. 아이디어와 지식이 더욱 강조되는 지식사회에서 소수의 엘리트 직원에게만 의존하는 조직은 머지않아 한계에 도달할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자랑스럽게 출시했던 백과사전 엔카르타(Encarta)를 시장에서 사라지게 한 것은 다른 기업이 아니라 자원봉사자들의 위키피디아였다. 개인으로 보면 보잘것없지만 위키피디아가 깔아 놓은 멍석 위에 모여든 세계의 누리꾼들은 거함 MS도 침몰시킬 수 있다.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데 직원들은 도대체 태평세월이라고 서운해하는 대신 리더들이 직원들의 두뇌와 마음을 몰입으로 유도, 기업과 직원이 모두 행복해지는 풀뿌리 창의성을 만들어가길 기대한다.
김용성 <세계경영연구원(IGM)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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