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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경에세이] 워킹맘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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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전히 존재하는 남녀 性역할 편견
    워킹맘 배려하는 기업문화 절실

    장 마리 아르노 <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 사장 >
    최근 한국의 통계청과 여성가족부에서 발표한 보고서를 보니 생활에 만족하는 비율이 워킹맘(24.1%)이 전업주부(27.9%)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워킹맘의 사회적 영향력은 높아져 가고 있지만 일과 가사를 병행해야 하는 워킹맘들의 일상이 여전히 쉽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여성 고용률이 1% 증가하면 경제성장률이 0.08%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하니 여성 인력이 가정과 사회, 그리고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필자는 1990년대 후반 한국의 제약 업계에서 2년간 일한 경험이 있는데 당시만 해도 업계는 남성 중심이었으며, 회사 대표나 고위 임원진에서 여성을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10년 후 다시 한국에 돌아와 보니 기존에 남성의 영역으로 여겨지던 제약 영업 마케팅 조직은 물론 회사를 이끄는 대표 직책을 포함해 여성의 역할과 위상이 높아져 있었다.

    이런 변화를 보며 최근 한국의 조직 문화를 움직이는 세 가지 키워드는 연공 서열의 파괴, 수직적 지시적 리더십에서 수평적 상호협력 리더십으로의 변화, 여성 및 젊은 인재의 활약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많은 회사에서 젊은 인재들이 일찍부터 리더십을 발휘해 나갈 기회를 얻게 되면서 조직은 이전보다 역동적이고 성과지향적이 됐으며, 여성 인재들은 조직 내에서 핵심적인 지위와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업무 현장에서 필자가 직접 겪어 본 여성 리더들은 남성에 비해 유연하고 포용력이 있고 협업에 강했다. 특히 헬스케어 산업에서는 여성의 사고와 감성을 읽어 내는 역량이 중요한데, 이는 가족 중 건강과 관련된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주로 엄마 혹은 여성의 영향력 아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 업계의 화두가 되는 ‘환자 중심의 가치’를 실현하는 데 있어서도 경청, 감정이입 및 관계 맺기와 같은 여성성의 강점이 요구된다.

    필자의 회사는 낮은 출산율 문제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프랑스에 본사를 둔 기업으로서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는 한국에서 워킹맘의 근로 여건과 복지 향상에 기여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일하는 엄마를 위해 중요한 요건으로 여겨지는 소위 ‘일과 삶의 균형’을 지키는 것은 비단 여성 직원들만의 노력으로 되는 일은 아닐 것이다.

    일례로 아직도 우리 주변에는 성 역할 고정 관념이 존재한다. 광고에 등장하는 의사는 남자로, 가사일을 하는 사람은 여자로 그려진다. 선택근무제나 육아휴직제도가 있지만 남자 직원이 신청하는 일은 드물고, 이 같은 결정을 바라보는 시각에도 편견이 존재한다. 일하는 여성으로서 살아가기 위해 감내하고 있는 워킹맘들의 심리적 짐을 덜고, 진정으로 ‘여성이 웃으며 일하는 기업문화’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조건은 무엇일지 진지하게 생각해 볼 일이다.

    장 마리 아르노 <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 사장 J.M.Arnaud@sanofi.com >

    Golden Age for Working Moms

    According to reports recently released by the Statistics Korea and the Ministry of Gender Equality & Family, the percentage of life satisfaction of working moms (24.1%) is lower than that of homemakers (27.9%). This seems to reflect that working moms’ life is still difficult as they have to work in the society and at home simultaneously, though their social influence is increasing. Since there is a study result showing that economy grows 0.08% more for every 1% up in employment of women, the impact of women resources on family, society and economy can be said to be significant.

    I had experience of serving in the pharmaceutical industry in Korea for 2 years in the latter part of the 1990s, and the domestic pharmaceutical industry was dominated by male workers in those days. And it was difficult to find women among CEOs or top executives in company. When I came back to Korea 10 years later, I found that the roles and positions of women were significantly enhanced; women began to take important positions not only in pharmacy sales and marketing organizations which were considered to be the field for males, but also leadership positions in the company.

    Witnessing such changes made me to think of the three keywords leading to this change in the organizational culture of Korea: a destruction of seniority system, a shift from the vertical and instructive type leadership to the horizontal and cooperative one, and a dynamic involvement of women and the youth in economic activities. As young talents were given more chances to exercise their leadership early in their career, organizations grew more dynamic and performance-oriented, and female talents are taking key positions in organizations.

    Female leaders that I have seen in field were more flexible, broader-minded and effective in collaboration compared to men. In healthcare industry, the capability of reading what mothers have in their minds is very important since it is on the hands of either a mother or woman to decide family’s health matters. Also, female strengths such as being able to listen to others, feeling empathy and building relationship are all essential in understanding ‘patient-focused value’ which has recently emerged as the hot topic in the industry.

    My company, headquartered in France which has successfully overcome the social problem of low birth rate, owns a lot to contribute to enhancing the working and welfare conditions of working mothers in Korea. However, keeping the ‘balance between work and life’ which is considered to be important factor for working mothers cannot only be achieved by female workers.

    For example, there is a stereotype attached to the role of men and women. In commercials, doctors are usually portrayed as men while those who doing house chores are described as women. Although selective working and child leave systems are available, it is rare for men to apply for them because there exists a social bias against their decisions. It is necessary to think of the necessary conditions for creating ‘the enterprise culture of women working with smile’ and relieving the psychological burdens for working mothers who are enduring many obstac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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