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입성 2년 6개월 만에 만기 어음을 막지 못해 부도가 난 금강제강이 14일 상장폐지됐다.

이미 일주일 동안 주어진 정리매매도 전날 모두 끝났다. 상장기업으로 기록한 마지막 주가는 123원. 2010년 2월 입성 당시 최고가이던 1만5541원에 비하면 100분의 1 토막이 난 셈이다.

정리매매 6~7일째, 100원선을 맴돌던 때 돌연 개인투자자 남궁득수씨가 등장해 이 회사 주식 148만주(지분 21.79%)를 매입했다. 지분 20% 이상을 사들이는데 쓴 돈은 약 1억5000만원이다.

남궁씨는 결국 비상장기업이 될 금강제강의 최대주주가 됐다. 본래 최대주주인 임윤용 대표 부자(父子)가 부도 전 보유지분을 대량 처분한 것과 대조적이다.

임 대표는 부도가 나기 전 보유주식 104만2000주(15.34%)를 장내에서 매도했다. 임 대표의 지분 가격은 1주당 1340원으로 집계됐다. 이로써 임 대표의 지분은 기존 25%대에서 10%대(68만주)로 쪼그라들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시장은 한 개인투자자의 상장폐지 기업 투자에 각가지 의혹을 갖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휴지조각이 될 수 있는 기업의 주식을 사들였기 때문이다.

남궁씨는 <한경닷컴>과 인터뷰에서 "향후 기업회생 가능성을 타진해 본 뒤 최종적으로 법정관리 신청도 염두에 두고 있다"며 "임 대표가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지분을 매각했다고 밝힌 만큼 그 진위 여부부터 먼저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무엇보다 기업이 정상화될 수 있다고 보여 소액주주의 권익을 위해 직접 나섰다"면서 "잇단 시설투자로 인해 일시적인 유동성 문제가 불거졌지만, 부채보다 자산이 많은 곳으로 경영정상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개인투자자의 이번 상장폐지 기업 집중 투자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이들도 있다. 일종의 '기업 사냥꾼(green mailer)'일수도 있다는 시각이다.

그린메일은 기업사냥꾼들이 상장기업의 지분을 대량 매입한 뒤 경영진을 위협해 적대적 인수·합병(M&A) 등을 포기하는 대가로 자신들이 보유해 놓은 지분을 비싼 값에 되팔아 이득을 챙기는 수법을 말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M&A 전문가는 "일종의 '그린메일'로 볼 수도 있다"며 "이미 기존 대주주가 부도 직전 보유지분을 장내에서 매도해 현금을 확보해 놓은 사실을 알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 개인투자자는 이제 최대주주로 올라섰기 때문에 회계장부 열람과 주주총회 소집 등의 행위를 통해 기존 경영진의 약점을 다수 확보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횡령·배임을 비롯한 여러가지 부실 회계가 드러나면 기존 경영진을 압박하는 일이 어려운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임 대표가 전부가 아닌 절반 가량의 보유지분을 판 것도 아직까지 기업회생에 대한 의지가 있다고 봐야한다는 것. 한 코스닥사(社) 임원은 "경영진의 입장에선 사전매매를 해서라도 현금을 마련해둬야 향후 회생을 위한 방법을 마련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남궁씨는 이에 대해 "그린메일에 나설 의도는 전혀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특히 "그린메일에 나서는 것은 양심적으로도 용납이 안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금강제강의 주식을 장외에서 몰래 사들인 것도 아니고, 장내에서 정상적인 가격에 공개적으로 샀다"면서 "현재 가장 중요한 문제는 경영정상화이기 때문에 기존 대주주와 협의해서 문제가 된 어음을 우선 해결하는 등의 방법부터 모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이 개인투자자를 기업사냥꾼으로 몰아가는 것은 다소 지나친 추측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한 증권사 스몰캡 담당 선임연구원은 "남궁씨의 이런 투자는 최초가 아니라 두 번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단순히 돈을 노린 기업사냥꾼이었다면 최초 투자해 둔 상장폐지 기업의 주식을 팔지 않고 왜 장외에서 더 사들였을 지 의문"이라고 판단했다.

남궁씨는 실제 작년 11월 상장폐지를 앞둔 봉시의 지분 10.4%(약 20만주)를 정리매매 기간에 사들였다. 그는 퇴출 이후에도 약 4만주를 더 매입해 2대주주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궁씨는 "봉신 역시 금강제강과 마찬가지로 상폐 전 최대주주의 횡포가 있었다"며 "소액주주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대주주와 경영진에 책임을 묻고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봉신 주식을 사들였어도 수익을 내고 매도한 적은 없다"며 "금강제강 역시 상장폐지가 되도 장외에서 주식을 매수할 의향이 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금강제강은 단조제품의 원재료로 쓰이는 인고트(INGOT)를 제조해 단조제품 제조사에 판매하는 곳으로, 인고트 사업 진출 이후 2006년 238억원 매출에서 2007년 610억원, 2008년 1148억원, 2009년 905억원, 2010년 1200억원, 2011년 15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하기도 했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