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철강단지에 있는 파이프 제조업체 A사 관계자는 지난주 한국전력공사 사이버지점에 새로 공지된 전기요금표를 보고 깜짝 놀랐다. 정부 발표대로 지난 6일부터 산업용 전기요금이 6% 오른 줄 알고 있었는데 요금표의 실제 인상률은 7.6%에 달했기 때문이다.

한전에 문의했더니 토요일에 요금을 할인해주는 중부하 요금제를 다음달부터 시행하면 인상률이 다소 낮아질 것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하지만 A사는 긴급 납품건이 발생할 때만 토요일 조업을 한다. 할인 혜택을 온전히 받을 수 없는 셈이다.

지난 6일 인상된 전기요금을 적용한 뒤 산업현장에선 한전과 정부가 높은 인상률을 감추기 위해 ‘꼼수’를 썼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지식경제부가 발표한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률은 평균 6%(저압 3.9%, 고압 6%)다. 정작 전기요금표를 보면 계약전력 300㎾h 미만(소규모)인 산업용(갑)의 인상률은 평균 6%이지만 대부분 기업이 적용받는 300㎾h 이상(대규모)의 산업용(을)은 평균 인상률이 7.5%였다.

이에 대해 지경부와 한전은 “토요일에 얼마나 전력을 사용할지 예측한 뒤 할인 요금제를 적용해보니 인상률이 6%로 내려갔다”며 “발표한 인상률은 산업계 전체의 평균 개념이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A사처럼 토요일 조업을 하지 않으면 중부하 요금제는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토요일에는 은행이 문을 닫는 등 정상적인 영업 활동을 하기 힘들다”며 “중부하 요금제로 5시간 정도 할인받으려고 조업 방식을 바꾸기도 불가능하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한전의 설명대로라면 ‘산업용 요금을 평균 7.5% 인상했으나 토요일에 평일만큼 조업하면 할인을 받아 인상률이 6%로 낮아진다’고 발표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6% 인상이라고 한 것은 인상률을 낮게 보이려는 꼼수”라고 지적했다.

철강업체 관계자는 “포스코 등 대형 철강사들은 교대근무를 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겠지만 단순 제조나 가공을 하는 중소업체들은 토요일 조업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전기요금을 지난 6일 올려놓고 할인받을 수 있는 중부하 요금제를 9월1일 적용하는 것도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이에 대해 지경부 관계자는 “9월부터 시행되는 중부하 요금제의 영향을 연 단위로 감안하면 펑균 인상률 6%가 나온다”며 “일부 업체들은 토요일 조업이 힘들 수도 있겠지만 모든 업체를 고려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일반용 전력 역시 정부는 평균 4.4%(저압 3.9%, 고압 4.9%) 인상이라고 발표했으나 산업용과 마찬가지로 할인 혜택을 제외하면 펑균 인상률이 6.6%에 달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