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라니…" 거리로 나선 학자들
“바른사회시민회의 출범 10년 만에 1인 시위에 나서기는 처음입니다. 그동안 토론회도 열고 성명도 발표해봤지만 정치권을 논리로 설득할 수 있는 단계는 지난 것 같습니다. 그래서 거리로 나왔습니다.”

스마트폰 온도계가 34도를 가리키는 폭염이 계속된 9일 낮 12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는 김민호 바른사회시민회의 사무총장(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사진)의 말이다. 김 총장은 최근 정치권에서 강행하고 있는 ‘경제민주화’ 입법을 저지하고, 이 법안들의 부작용을 알리기 위해 국회 앞에 섰다.

“경제민주화라는 듣기 좋은 말을 하고 있지만, 오로지 대기업을 나쁜 세력으로 규정하는 악법입니다. 삶에 지친 국민들에게 증오를 심어주고, 정책으로 기업 때리기에 나서는 전형적인 포퓰리즘이죠.” 한낮 더위에 갈증이 난 김 총장은 물을 한잔 들이켜고는 “중요한 것은 경제민주화 입법이 된다고 해서 중소기업이 살아나지도, 서민들이 잘살게 되지도 않는다는 거예요. 결국 기업이 망하고 한국 경제가 어려워지면 그때 가서 정치권이 어떻게 책임을 질 겁니까”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대기업으로 인해 중소기업들이 힘들어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잘못된 부분에 맞는 해결 방안을 찾아야지, 이유 불문하고 기업인은 집행유예를 금지한다든지 순환출자를 못하게 한다든지 하는 것은 국민들의 분노에 편승한 감정적인 입법 행태”라고 꼬집었다.

김 총장은 특히 새누리당 ‘경제민주화 실천모임’이 내놓은 이른바 ‘경제민주화 3호 법안’인 순환출자 규제조항이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순환출자가 나쁘다고만 얘기하지 왜 나쁜지는 누구도 얘길 안 해요. 계열사들의 출자로 삼성전자가 만들어져서 도대체 어느 누가 손해를 봤습니까. 순환출자 금지해서 삼성전자가 어려워지면 도대체 누구에게 이익이 될까요. 입법 이후의 암담한 결과를 뻔히 알면서도 단지 표를 얻기 위해 이런 법을 만들려는 정치인들 정말 나쁜 사람들입니다.”

바른사회시민회의는 10일 신종익 바른사회시민회의 사무처장 1인 시위에 이어 캠페인도 계획하고 있다. ‘경제도 민주화하는데 펜싱·권투 경기 방식도 민주화해서 서로 한 번씩만 찌르고 때리게 하자’ ‘이러다가 군대 계급도 민주화하자고 나오면 어쩌나’ 등의 내용을 담은 ‘경제민주화 입법 저지’를 위한 전단을 제작해 배포할 예정이다.

“1인 시위와 대국민 홍보 전단 등 ‘경제민주화 바로 알기’ 운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할 겁니다. 그럼에도 9월 정기국회에서 정치권이 입법을 강행할 경우에는 바른사회시민회의 소속 교수 전원이 릴레이 시위에 나설 예정입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