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소득세 과세체계를 고치겠다며 기획재정부에 대안을 요구했다고 한다. 소득세 인상방안을 만들어 내라는 주문이다. 민주당에서 소득세 최고 과표구간을 낮추겠다고 목소리를 높이니 새누리당도 몸이 단 모양이다. 어제 소득세와 법인세를 건드리지 않는 내용의 내년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던 재정부는 죽을 맛일 것이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우려하던 일이 터졌다며 한숨 쉬는 소리가 들려온다.

1년이 멀다하고 무대에 오르는 정치권의 증세타령에 세제는 갈수록 누더기가 돼간다. 작년 말 여야가 합심해 3억원 초과 소득세 과표구간을 신설, 35%이던 최고 세율을 38%로 올려 올해부터 시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이 소득세를 또 올리겠다고 맞장구를 치고 있다. 새누리당은 최고 과표 구간을 2억원 초과로 하향 조정하고 세율도 38%에서 40%로 인상하는 방안을 만들 것이라고 한다. 최고 세율을 유지한 채 구간만 1억5000만원 초과로 낮추는 민주당 안에 결코 뒤지지 않는 부자증세다. 부자정당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1%의 고소득층을 확실하게 손봐야 한다고 작정한 모양이다. 당초 부자증세에 반대했던 목소리는 온데 간데 없다.

그래서 법인세도 위험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비록 지금은 새누리당이 증세에 반대한다지만, 안 되겠다 싶으면 언제라도 말을 바꿀 가능성이 있다. 더욱이 민주당이 최고 세율을 22%에서 25%로 올리려는 마당이다. 소위 경제민주화 실천모임 같은 곳이 민주당에 동조한다고 해서 이상할 것도 없다. 경제민주화 구호에 정치가 춤을 춘다. 증세는 탈세와 해외 도피를 늘리고, 지하경제만 키운다는 보고서가 부지기수다. 좌파 대통령이 집권한 프랑스가 75%의 징벌적 세금을 도입하려 하자 부자들이 해외로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처럼 자영업자가 많은 나라일수록 탈세 유혹이 크다. 증세가 아닌 감세가 세수를 늘린다는 것은 이미 법인세 실적에서도 입증됐건만 정치권은 눈을 감는다. 경제민주화라는 주술이 미신을 정당화한다. 99 대 1 편 가르기를 한다고 세금이 더 걷히고 복지재원이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