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누명을 쓰고 수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김양기(61)씨와 가족에게 14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김씨와 가족이 "보안부대 수사관들과 검사의 불법행위로 인해 육체적ㆍ정신적 고통을 받았고 가족들 역시 간첩가족이란 오명으로 불이익을 받았다"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김씨와 가족들에게 14억원을 배상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8일 밝혔다.

재판부는 "김씨가 보안부대에서 불법적 수사를 받았고 담당검사는 이를 알았음에도 자백을 강요하고 물리력을 행사했다"면서 "김씨의 수감을 국가가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침해한 불법행위로 판단한 원심 판결은 정당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정신적 고통에 따른 위자료 액수는 법원이 여러 사정을 참작해 재량으로 정할 수 있으며 원심 금액은 위법성이 없다"고 설명했다.

2심은 김씨에게 9억원, 아내에게 3억원, 자식 2명에게 각 1억원을 지급토록 했다.

김씨는 1986년 2월 21일 재일 공작지도원 김철주로부터 지령을 받고 국가기밀을 수집하고 북한을 고무ㆍ찬양했다는 혐의로 체포돼 징역 7년을 선고받고 복역하다가 1991년 가석방됐다.

김씨는 민간인 수사권이 없는 보안부대에 불법체포돼 구타ㆍ협박ㆍ고문 등 가혹행위를 당한 끝에 허위자백했으며, 송치받은 광주지검도 불법수사 사실을 묵인한 뒤 오히려 김씨를 폭행해 자백을 받아낸 뒤 기소했다.

군 과거사위는 "조사 과정에서 구타와 고문에 의해 허위자백을 했을 개연성이 크다"고 결론냈으며 진실화해위도 법원에 재심을 권고했다.

김씨는 2009년 광주고법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아 23년 만에 누명을 벗었다.

(서울연합뉴스) 박대한 기자 pdhis95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