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위성 발사 또 실패..정상궤도 진입 못해
최근 2년 새 잇단 사고..미국 화성탐사 로봇 성공과 대조 이뤄


러시아가 6일 통신 위성 발사에 또 실패했다.

미국 화성탐사 로봇의 성공적 화성 표면 착륙 소식에 뒤이 발사 실패 소식은 우주 강국 러시아의 자존심을 또 한번 꺾어 놓았다.

이타르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통신 및 방송용 다목적 인공위성 '엑스프레스-MD2'와 '텔콤-3' 등 2기의 위성을 실은 '프로톤-M' 로켓은 이날 오후 11시 31분(모스크바 시간)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정상적으로 발사됐다.

11시 41분 로켓 상단에 해당하는 위성을 실은 가속블록과 로켓 본체 분리도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위성들을 예정 궤도에 올려야 할 가속 블록 작동에 문제가 생기면서 위성들이 정상 궤도에 진입하는데 실패했다.

◇ 위성 정상 궤도 진입 실패 = 현지 로켓우주산업계 소식통은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잠정 조사결과 흐루니체프 우주센터가 만든 가속 블록 '브리스-M'이 작동하는 단계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며 "두 차례의 엔진 가동은 정상적으로 이뤄졌지만 마지막 세번째 엔진 가동 때 문제가 생긴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당초 18분 5초 동안 이어졌어야 할 세번째 엔진 가동이 예정보다 훨씬 빠른 7초 만에 멈춰버려 위성들이 정상 궤도에 진입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궤도 진입에 실패한 위성은 현재 가속블록과 함께 정상궤도가 아닌 최고 고도 500km, 최저고도 266km의 중간 궤도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현재로선 가속블록에 남은 연료를 이용해 엔진을 재가동시켜 위성을 정상궤도에 올려 놓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위성이 사실상 우주 쓰레기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우주분야 한 소식통은 중간 궤도에 머물고 있는 위성이 통제 불능의 상태이기 때문에 정상 기능 중인 다른 위성들과 충돌할 위험도 있다고 경고했다.

'엑스프레스-MD2' 위성은 러시아의 로켓 및 위성 제작 전문 업체 흐루니체프 우주센터가 이탈리아 기업 '테일스 알레니아 스페이스(Thales Alenia Space)'와 함께 제작한 통신ㆍ방송용 다목적 위성이다.

'텔콤-3'도 역시 통신ㆍ방송용 위성으로 인도네시아가 러시아 측에 발사를 주문했다.

러시아의 위성 발사 실패는 미국 화성탐사 로봇 큐리오시티가 화성 표면에 성공적으로 착륙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하루 만에 발생해 우주 강국 러시아의 자존심을 더욱 상하게 하고 있다.

러시아에선 최근 2년 동안 위성 및 우주선 발사 실패 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 최근 2년새 잇단 발사 사고 = 2010년 12월 러시아 자체 위성위치정보시스템 글로나스(GLONASS) 운용을 위한 통신위성 3기가 정상 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태평양 상에 추락하면서 5억 달러(약 5천40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지난해 2월에는 러시아 북부 플레세츠크 우주기지에서 발사된 군사위성 'Geo-Ik-2'가 역시 정상궤도를 벗어나 '우주쓰레기'가 되고 말았다.

같은해 8월에도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프로톤-M' 로켓에 실려 발사된 다목적 통신위성 '엑스프레스-AM4'가 정상궤도 진입에 실패했다.

로켓 발사와 위성을 탑재한 가속블록의 분리는 순조롭게 이뤄졌으나 가속블록 엔진을 이용한 궤도 진입 과정에서 원격 통신이 두절되면서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달 우주화물선 '프로그레스 M-12M'을 싣고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발사했던 '소유스-U' 로켓 운반체도 발사 후 325초 만에 3단 로켓 엔진이 작동 이상을 일으키면서 러시아 알타이 공화국에 추락했다.

뒤이어 지난해 11월 화성 탐사선 '포보스-그룬트' 발사까지 실패하면서 러시아 우주산업계는 충격에 빠졌다.

포보스-그룬트 발사는 러시아가 15년 만에 시도한 야심찬 화성 탐사 프로젝트였다.

로켓 운반체 '제니트-2SB'에 실려 바이코누르 우주 기지에서 발사된 포보스-그룬트호는 로켓 운반체와 성공적으로 분리됐으나, 이후 자체 엔진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화성으로 향하는 정상궤도에 진입하지 못하고 우주 공간을 떠돌다 2개월 여 만에 태평양 해역에 추락했다.

로켓 우주산업 관계자는 이번 통신 위성 발사 실패 사고와 관련 흐루니체프 센터 소장 블라디미르 네스테로프 해임 등 관련자들에 대한 중징계가 잇따를 것으로 전망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cjyo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