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가 소비세 인상과 정권 유지를 놓고 갈림길에 섰다.

소비세 인상 법안을 국회에서 처리하기 위해서는 자민당이 요구하는 중의원 조기 해산과 총선을 수용해야 한다.

하지만 이는 정권을 포기하는 것으로, 민주당 내부 반발이 워낙 심해 선택이 쉽지 않다.

정권을 임기인 내년 8월 말까지 유지하려면 소비세 인상 카드를 접어야 하지만 이렇게 되면 리더십을 잃어 오는 9월로 예정된 민주당 대표 경선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상황이다.

◇ 노다 막다른 골목 = 노다 총리는 지난 6월 자민당, 공명당과 소비세 인상 법안에 대한 국회 처리 합의를 이끌어낸 이후 소비세와 정권 유지라는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 동분서주 했다.

하지만 제1 야당인 자민당이 발목을 잡았다.

소비세 인상 법안에 협조하는 조건으로 중의원 조기 해산과 총선을 요구해온 자민당은 중의원 해산에 대한 노다 총리의 언질이 없자 얻은 게 무엇이냐는 내부 반발에 직면했다.

9월 자민당 총재 경선에서 재선을 노리는 다니가키 사다카즈(谷垣禎一) 총재는 내부 불만이 예상외로 거세자 초강수를 들고 나왔다.

노다 총리가 정기국회 회기(9월 8일) 내 중의원 해산을 확약하지 않을 경우 민주당이 8일 참의원 본회의에 상정하기로 한 소비세 인상법안 처리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소비세 인상 법안에 찬성하기로 한 민주당과의 합의를 파기하는 한이 있어도 중의원 해산을 관철하겠다는 의지다.

자민당은 지금 총선을 실시할 경우 인기가 바닥인 민주당을 제치고 중의원 200석 이상을 얻어 최소한 연립 정권을 수립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자민당은 노다 총리가 중의원 해산을 약속하지 않으면 증세 법안 처리에 협조하지 않는데 머물지 않고 참의원에 총리문책결의안, 중의원에 내각불신임결의안을 제출하기로 했다.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가 이끄는 국민생활제일당을 비롯 다함께당, 공산당, 사민당 등 자민당과 공명당을 제외한 7개 야당은 소비세 인상법안 처리를 저지하기 위해 7일 참의원에 총리문책결의안, 중의원에 내각불신임결의안을 제출했다.

중의원은 민주당이 다수당이어서 내각불신임결의안이 가결될 가능성이 적지만, 참의원은 여소야대여서 총리문책결의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 소비세 인상 무산되나 = 참의원의 총리문책결의안은 가결되더라도 법적 구속력이 없어 노다 총리가 응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이는 야권의 반발과 참의원 마비를 야기하게 돼 국정 운영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과거에도 참의원에서 문책결의를 받은 정권은 오래 버티지 못했다.

총리문책결의안이 가결되면 소비세 인상 관련 법안이 공중에 뜨게 된다.

야권이 법안 처리에 응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소비세 인상은 노다 총리가 '정치생명을 걸고' 추진해온 핵심 법안이다.

이 법안의 처리가 무산되면 노다 총리는 정치적 지향점을 잃게 된다.

9월로 예정된, 총리 자리가 걸린 민주당 대표 경선의 향방도 불투명해진다.

그렇다고 소비세 인상 법안 처리가 완전히 물건너 간 것은 아니다.

참의원에서 법안이 부결되어도 이달 25일 이후 중의원 재가결로 법안을 성립시킬 수 있다.

하지만 중의원 재가결은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인 320표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민주당의 중의원 의석은 연립여당인 국민당을 합해 과반을 조금 넘는 253석(민주 249석, 국민 4석)이어서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기 위해서는 자민당(120석)의 협조가 있어야 한다.

따라서 노다 총리가 정기국회 회기가 종료되는 9월 8일 이전에 협상을 통해 자민당을 설득하면 소비세 인상 법안을 처리할 수 있다.

만약 그 때까지 노다 총리가 자민당과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소비세 인상 법안은 폐기된다.

결국 소비세 법안 처리의 관건은 조기 중의원 해산 여부에 달려있다.

노다 총리가 최종적으로 어떤 결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도쿄연합뉴스) 김종현 특파원 kim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