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장관들도 이탈"…미국 "아사드 통제력 상실"
다마스쿠스 국영TV방송국은 폭탄 공격당해

시리아의 리아드 히자브 총리가 6일(현지시간) 반군에 합류하기 위해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을 이탈해 시리아를 떠났다고 시리아 반군과 인권단체인 시리아인권관측소(SOHR)가 발표했다.

히자브 총리의 시리아 탈출은 지난해 3월 시리아 사태가 발생한 이후 최고위급 인사의 이탈로,미국은 아사드 정권이 시리아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도심에 있는 국영TV 방송국이 폭탄 공격을 받고 제2의 도시 알레포에서는 정부군과 반군의 교전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등 내전의 강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 히자브 총리 정권 이탈…"장관 3명도 시리아 탈출" = 요르단 정부 관리는 히자브 총리가 가족과 함께 전날 밤 시리아를 탈출해 요르단 국경을 넘었다고 말했다고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와 AP통신이 보도했다.

시리아 반군 대변인 아흐마드 카심도 "히자브 총리가 3명의 장관과 함께 정권에서 이탈했다"며 이를 확인했다.

아사드 정권 이탈에 합류한 장관 3명의 신원은 즉각 공개되지 않았다.

반정부 단체인 시리아국가위원회의 한 위원은 "히자브 총리와 장관 2명, 고위급 군 간부 3명이 함께 요르단 국경을 넘었다"고 말했다.

히자브 총리와 그의 가족, 측근들의 국외 탈출 작전은 시리아 반군 조직인 '시리아자유군' 특수부대 요원들이 주도했다고 레바논 통신이 전했다.

현재 히자브 총리의 소재에 대해선 보도 내용이 엇갈리고 있다.

히자브 총리의 대변인은 그가 며칠 내로 요르단을 떠나 카타르로 향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요르단 관영 페트라 통신은 그가 아직 요르단 내로 들어오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히자브 총리는 시리아 정권을 이탈한 첫 각료이자 최고위 정부관리이다.

그는 이슬람 수니파 출신이다.

아사드 대통령의 지지 기반인 알라위트파는 시리아 인구의 11%에 불과하지만, 시리아인 대다수는 수니파다.

시리아 반군은 이슬람 수니파의 지지를 받고 있다.

이에 앞서 시리아 국영TV는 히자브 총리가 취임 2개월 만에 해임됐다고 전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해임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지난 6월 개각을 단행하면서 히자브 전 농업장관을 총리로 임명했다.

히자브 총리는 아사드 대통령이 이끄는 집권당인 바트당에 충성하는 인사로 알려졌었다.

시리아 국영TV는 오마르 갈라완지 부총리가 임시 총리로 지명됐다고 전했다.

◇미국 "아사드 통제력 상실"…시리아 고위급 인사 이탈 가속화= 시리아 총리의 아사드 정권 이탈에 이어 장관 3명이 시리아를 탈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리아 이너서클(핵심 권력집단) 회원들의 이탈이 본격화할지 주목된다.

미국은 히자브 총리의 이탈이 아사드 대통령이 자국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한 것을 보여준 사건이라고 밝혔다.

미 국가안보위원회의 토미 비에토르 대변인은 "시리아 국민은 아사드 정권의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믿는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앞서 압둘라티프 알 다바그 주아랍에미리트(UAE) 시리아 대사가 지난달 25일 망명했으며 전날에는 그의 부인 라미아 알 하리리 주 키프로스 대리대사가 망명했다.

하리리는 시리아 부통령 파루크 알 샤라의 조카이기도 하다.

지난달 11일에는 나와프 알 파레스 이라크 주재 시리아 대사가 아사드 정권에서 이탈했다.

최근 시리아 고위 인사들의 망명은 시리아 '이너서클'의 붕괴 조짐으로도 분석된다.

아사드 대통령의 친구이자 공화국수비대의 지휘관중 한 명인 마나프 틀라스 준장도 지난달 5일 군을 전격 이탈해 터키로 탈출했다.

틀라스는 아랍 위성채널 알 아라비야에 출연해 시리아 국민이 부패한 정권의 범죄행위에 맞서 단결해 줄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 6월 21일에는 시리아 전투기 조종사인 하산 함마데흐 공군 대령이 미그-21 전투기를 몰고 요르단 국경을 넘어 망명했다.

지난 3월에는 시리아 고위급 장교 4명이 정부군을 이탈, 터키 남부로 넘어왔고 같은 달 압도 후사메딘 시리아 석유차관이 아사드 대통령에 반기를 들고 반군에 합류했다.

하루 전날인 5일에는 시리아 최초의 우주비행사이자 시리아군 조종사인 무하메드 아흐메드 파리스가 터키로 망명했다.

파리스는 터키로 망명하기에 앞서 그의 고향인 시리아 제2도시 알레포에서 정부군과 싸우고 있는 자유시리아군 본부를 방문해 연대감을 과시하기도 했다.

파리스는 1973년 알레포의 비행학교를 졸업했으며, 1987년 러시아의 유인 정거장 '미르'에 탑승하면서 시리아 최초의 우주비행사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시리아 국영TV 폭탄 공격당해…내전 격화 =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도심에 있는 국영TV 방송국은 이날 오전 폭탄 공격을 당했다.

이번 공격으로 방송국에 있던 직원 3명이 부상했지만, 사망자는 없었다고 시리아 공보장관 오므란 알 조에비가 밝혔다.

또 방송국 3층의 사무실 내부가 파괴되고 방송 장비도 파손됐다고 목격자는 말했다.

친정부 민영 방송사는 국영TV 방송사 건물 외곽의 벽이 무너지고 사무실 내부에 깨진 유리 조각과 뒤집힌 책상, 천장에 매달린 전선 등이 담긴 화면을 내보냈다.

이번 폭탄 공격은 시리아 정부가 반군을 몰아내고 다마스쿠스를 완전히 장악했다고 선언한 지 이틀 뒤에 이뤄졌다.

시리아 정부는 다마스쿠스 일원의 경비를 대폭 강화했다.

조에비 장관은 "시리아의 불안정을 꾀하려는 테러리스트의 비겁한 소행"이라며 "폭탄 장치에 의한 공격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친정부 성향의 시리아 언론사가 공격을 당하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6월 27일 다마스쿠스 외곽에 있는 한 친정부 성향의 위성방송 알 이크바리야TV 방송사는 총기와 폭탄으로 무장한 괴한들의 공격을 받아 기자 3명과 경비원 4명 등 모두 7명이 숨졌다.

당시 무장괴한들은 다마스쿠스에서 남쪽으로 약 20km 떨어진 드루샤 마을에 있는 알 이크바리야TV 본부에 침입했으며 사무실과 스튜디오로 쓰인 이동식 건물 5개 동은 폭탄 공격으로 모두 붕괴했다.

시리아 제2의 도시 알레포에서는 이날도 정부군과 반군의 치열한 교전이 벌어졌다.

영국에 본부를 둔 시리아인권관측소는 알레포 살라헤딘 지역에서 격렬한 총격전이 있었으며 반군 지도자를 포함해 모두 9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반군 오마르 알 할라비는 "정부군이 전투기로 폭격하고 공세를 강화하고 있지만 우리는 알레포 중심부로 계속 진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이로연합뉴스) 한상용 특파원 gogo21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