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경제연구원이 최근 성인 1011명을 대상으로 차기 정부의 선결과제가 무엇인지 조사한 결과 경제민주화(12.8%)나 복지확대(6.7%)보다 물가안정(36.0%)과 일자리 창출(32.3%)을 꼽은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또 성장과 복지 중 어느 것을 우선해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선성장 후복지’(41.9%) ‘성장과 복지의 균형’(44.3%) ‘선복지 후성장’(13.7%) 순으로 나왔다.

일반 국민들은 대선 후보들이나 여야 정당이 경쟁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개념조차 모호한 경제민주화나 무조건적 복지확대에는 별 관심이 없다는 얘기다. 그보다는 당장 피부에 와닿는 취업난 해결이나 물가안정을 훨씬 더 원한다는 결과다. 이 같은 조사는 지금 정치권이 얼마나 국민들과 괴리되어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는 복지가 성장에 우선돼야 한다는 응답이 극소수에 불과한 데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정치권은 복지 확대에 목청을 높이고 있지만 국민들이 경제의 본질을 더 구체적으로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대선이 가까워지면서 여야의 선명성 경쟁이 불을 뿜고 있다. 하지만 국민들이 가려운 곳이 어딘지 전혀 모르는, 엉뚱한 관념적 처방이 난무할 뿐이다. 기업의 투자의욕을 적극 북돋아도 모자랄 판에 경제민주화라는 이름으로 사실상 재벌해체 수순을 밟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진정 대선에서 승리를 원한다면 정치권은 지금이라도 국민들이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인지 겸허하게 돌아보길 바란다. 국민들은 바보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