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가 탄소배출권 거래제 시행 후 무상으로 배출권을 할당받을 수 있는 기간을 2020년까지 3년 연장해 달라고 건의했다.

대한상공회의소를 비롯한 경제 5단체와 한국철강협회 등 17개 업종별 협회는 청와대, 국무총리실, 녹색성장위원회, 규제개혁위원회에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 입법안에 대한 산업계 공동 건의문을 제출했다고 6일 발표했다. 정부 입법안은 2015년 배출권 거래 제도를 시행한 후 2017년까지 3년간은 기업들이 돈 안내고 무상으로 배출권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산업계는 이를 2020년까지 연장해 달라고 건의한 것.

배출권 거래제는 기업들이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에 따라 할당받은 배출권 중 남거나 부족한 부분을 사고팔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정부는 지난달 23일 배출권 거래제 시행령을 입법 예고하고 1차 연도(2015~2017년)에는 배출권을 전액 무상으로 할당받도록 했다. 하지만 2차 연도(2018~2020년)에는 배출 허용량의 3%를, 3차 연도(2021~2025년)에는 10% 이상을 돈을 내고 구입해야 한다.

산업계는 무상 할당을 받아도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따른 시설투자 등에만 4조2000억원의 비용이 들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배출 허용량의 3%를 유상 할당받는 데만 매년 4조5000억원이 들고, 100%를 유상으로 할당받으면 매년 14조원의 추가 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산업계는 건의문에서 “배출권 거래제 도입 자체가 부담인 상황에서 배출권을 유상 할당받으면 원가가 올라 가격 경쟁력에 심각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경쟁력이 떨어지면 국내 생산기지를 해외로 이전하는 기업이 늘고 외국인들은 투자를 기피할 것이기 때문에 고용 감소, 물가 상승 등 국민경제의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배출권 거래제와 관련해 주무부서인 환경부 산하에 공동작업반을 설치해 업체별 할당량을 결정·조정·취소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산업계는 이에 대해서도 “개별 기업에 대한 배출권 할당 과정에서 업종별 산업 경쟁력, 온실가스 감축 가능량, 에너지 수급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전문성 있는 기관이 직접적으로 참여하게 해 달라”고 요구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