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박지원(70) 민주통합당 원내대표에 대한 검찰조사 때 진행된'인정신문'을 두고 민주당과 검찰이 팽팽한 힘겨루기를 했다.

민주당 변호인단은 "검찰이 제1야당 원내대표를 불러놓고 두 시간 동안 인생역정만 물어봤다"고 비판했다.

본 조사에 앞서 이름, 나이, 직업 등을 묻는 인정신문 절차를 지나치게 길게 진행했다는 것이다.

본디 인정신문(人定訊問)이란 법정에서 재판장이 피고인의 성명, 연령, 등록기준지, 주거, 직업 등을 물어 피고인임을 확인하는 절차를 의미한다.

검찰이 조사과정에서 피의자의 인적사항을 확인하는 절차도 인정신문으로 부른다.

인정신문 절차는 형사소송법 284조에 규정돼 있다.

같은 법 241조에는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피의자를 신문함에는 먼저 그 성명, 연령, 등록기준지, 주거와 직업을 물어 피의자임에 틀림없음을 확인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민주당의 주장은 박 원내대표에 대한 인정신문이 두 시간 가까이 이어졌고 조사에 입회한 변호인이 항의하자 검찰이 수사검사를 교체했다는 것이다.

국회 법사위원장인 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변호인단에 전화해 검찰 조사에 대처할 것을 주문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박영선 의원이 검찰 수뇌부에 직접 항의전화를 했다는 말도 흘러나왔지만 박 의원과 검찰 모두 이를 부인했다.

반면, 검찰은 법에 정해진 절차대로 인정신문을 했을 뿐이며 "인정신문만 두 시간이라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변호인 항의로 수사검사를 교체했다는 주장도 "진술내용을 타이핑하는 속도가 빠른 담당과장이 직접 타이핑한 것을 변호인단이 오해한 것 같다"고 수사팀 관계자는 해명했다.

검찰은 엄밀한 의미의 인정신문은 인적사항만 묻는 것이지만 때로는 인정신문이 본 조사에 앞서 기초조사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물어볼 사항이 많거나 관련 인물, 장소 등이 복잡할 때 인정신문이 길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사건에 A라는 인물이 등장하면 'A를 아는가, 어떻게 알게 됐나, A를 소개해준 B는 어떻게 알게 됐나' 등 질문이 이어지는 식이라는 것이다.

또 인정신문은 검사와 조사대상자 사이에 말문을 트는 기능도 있는데, 일상적으로 처음 만난 상대와 대화할 때 공통 관심사를 주제로 삼는 것처럼 일종의 '수사 기술'로 봐야 한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한 수사 관계자는 "물론 박지원 의원이 누구인지 알지만 절차상 물어볼 수밖에 없다.

가벼운 질문부터 시작해서 본격적인 질문으로 들어가는 게 당연하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민주당은 그러나 도가 지나쳤고 뭔가 의도가 깔렸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검찰이 인정신문으로 시간을 끌고 나서 나중에 조사가 부족했다는 핑계로 박 원내대표를 계속 소환해 상처를 주려는 것 아니겠느냐는 말이다.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kind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