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금융위기로 장기침체를 경고하고 있다. 미국 유럽 중국 어느 하나 성한 곳이 없다. 대부분 부동산버블 붕괴, 재정위기, 금융부실 증가, 금융위기, 금융중개기능 저하, 실물경제위기의 순서를 밟고 있다.

한국은 올해 3월 말 기준 가계신용이 911조원이다. 이 중 부동산담보대출은 390조원이다. 부동산가격하락과 경기부진 지속으로 가계대출연체율이 2007년 말 0.6%에서 올해 3월 말에는 0.8%로, 부실여신인 고정이하여신비율도 같은 기간 0.7%에서 1.5%로 높아졌다. 반면 같은 기간 순이자마진은 2.7%에서 0.6%로, 자기자본순이익률은 16.7%에서 9.0%로 급락하고 있다. 금융위기를 걱정할 단계는 아니지만 1979년 금융위기 때 180조원, 2008년에도 수십조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했던 한국으로서는 가볍게 보아 넘길 사안이 아니다. 더욱이 지금은 세계적으로 금융위기가 지속되고 있는 살얼음판이다.

이런 시점에 최근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금융상황들은 적지 않은 우려를 갖게 한다.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문제와 가산금리 문제가 그런 것이다. CD금리 담합문제는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아 지켜봐야 하지만 우선 이 문제가 은행권 집단소송 운운할 정도의 담합인가 하는 점은 짚어봐야 한다. 은행은 기본적으로 예금, 단기금융시장차입, 중앙은행차입, 채권발행 등으로 자금을 조달해 대출하고 그 마진으로 운영비용을 지출하고 적정이윤을 창출하는 곳이다.

첫 번째 과제가 가장 적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다. 조달자금의 원천별 비중은 은행마다 다르고 따라서 조달비용도 다를 수밖에 없다. CD금리나 은행연합회에서 은행자금조달금리를 평균해 발표하는 코픽스(COFIX) 금리는 대출금리를 결정하는 하나의 기준일 뿐이다.

더욱이 코픽스 금리가 도입된 2010년 뒤에는 CD발행이 급감, CD 유통시장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보도된 바로는 두 개 은행 정도만 CD를 발행하고 있다고 하니 만약 금리를 담합해 CD를 발행했다면 CD발행 은행에 과징금을 부과하면 되는 것이지 CD금리를 기준지표로 사용한 것 자체가 대출금리 담합인가 하는 문제는 대출금리 결정과정을 봐야 되는 또 다른 사안이다.

이와 관련해 감사원이 밝힌 가산금리문제는 은행의 두 번째 중요한 과제인 대출금리결정 문제다. 은행들은 조달금리를 토대로 향후 시장금리변동을 예상한 시장위험, 대출자 신용도를 고려한 신용위험, 대출기간을 고려한 유동성위험, 심지어 지점장과의 신뢰관계 등 다양한 위험을 고려한 가산금리를 보태서 대출금리를 정한다. 내부 리스크관리팀이 개발한 여러 위험관리모형을 이용해 가능한 한 부실을 예방하고자 노력한다.

이런 측면을 간과하고 가산금리가 획일적으로 적용되면 그것이 오히려 담합소지가 있는 것이고 여기에 당국이 개입하면 금융자율성 훼손 소지가 있는 부분이다. 문제가 있으면 감독당국이 건전성규제나 감독검사로 해결하는 것이 순리다. 만약 이 대출금리 결정과정에서 담합이 있으면 공정거래 차원에서 처리해야 할 사안이다. 불필요하게 과도한, 투명한 공개나 개입은 금융의 공공성을 감안하더라도 자율성을 훼손하는 부분이다. 공적자금 투입 금융회사가 아닌 민간금융회사의 민감한 영업내용에 대한 감사원 감사가 적절했는지도 논란이 될 수 있는 부분이다.

가계대출 911조원 시대에 수수료인하, 서민우대금융 등 공공성 강화와 대출금리 인하의 필요성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전방위적인 과도한 개입은 금융자율성 훼손과 금융중개기능 저하로 오히려 경기위축과 일자리 상실을 초래해 서민을 더욱 힘들게 할 뿐이다. 행여 침소봉대돼 위기까지 초래된다면 작은 일이 아니다. 은행은 예금자들의 예금관리를 위임받은 피위임자로서 예금을 부실 없이 대출하고 잘 관리해 경제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 자체가 사회공헌이요 서민생활안정에 기여하는 것이라는 점을 감독당국은 물론 국민 모두가 이해하고 자중해야 할 때다.

오정근 < 고려대 교수·경제학 / 아시아금융학회장 ojunggun@korea.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