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로또의 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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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
카사노바가 프랑스에 들여온 로또(Lotto: 행운이란 뜻)의 원조는 이탈리아다. 1530년 피렌체공국에서 처음 발행했다. 물론 고대에도 복권이 있었다. 진시황은 키노(Keno)라는 복권게임으로 만리장성 축조비용을 조달했고, 로마 황제들은복권 이벤트를 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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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의 복권은 1948년 올림픽복권이다. 14회 런던올림픽 선수단 파견비용 조달용이었다. 매주 발행하는 주택복권은 1969년 선보였다. 1990년대 즉석복권이 나오며 18종의 복권이 난립하자 정부는 2002년 12월 각 부처의 복권을 로또로 통합했다. 로또의 등장으로 2002년 9796억원이던 복권 판매액이 2003년 4배인 4조2341억원으로 불어날 만큼 광풍이 불었다. 지금도 연간 3조원의 복권 판매액 중 95%가 로또다.
7년 전 로또 1등에 당첨된 40대가 지난주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벌어졌다. 돈 때문에 아내를 구타해 입건되거나, 당첨금을 8개월 만에 탕진하고 금은방을 털다 감옥 신세를 진 당첨자들도 있다. 인생역전이 아니라 인생파멸이다. 해외에서도 당첨자들이 살인 피살 상해 파산 정신병 등을 겪는 로또의 저주가 비일비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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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그르친다는 뜻의 ‘산통을 깬다’는 말은 조선시대 복권과 유사한 산통계(算筒契)에서 유래했다. 로또 돈벼락이 인생의 산통을 깰 수도 있으니 아이러니다. 누구나 평생 누리는 행복의 총합은 같은 모양이다.
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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