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사는 1990년대까지 전문지식이 없는 중년 여성들이 주로 종사하는 직종이었다. 분위기가 확 달라진 것은 외환위기 전후로 외국계 보험사에서 억대 연봉자들이 쏟아진 후다. 외국계 보험사들은 ‘맞춤형 재무설계’란 신조어를 무기로 대졸 남성을 대거 채용했다.

한 외국계 보험사 관계자는 “고객의 경제 상황에 맞춘 재정 안정 분석을 처음 시도한 시기”라며 “노트북으로 재무 프로그램을 돌리며 상담했기 때문에 때로는 노트북 판매원으로 오인받기도 했다”고 전했다.

2000년대 초반엔 종신보험이 업계를 휩쓸었다. 보험설계사 스카우트 경쟁도 치열해졌다. 판매 성적이 우수한 설계사를 빼오기 위해 선지급 방식의 수당 관행이 생겨났다. 보험계약 한 건을 따내면 바로 그 다음달 한꺼번에 많은 수당을 지급하는 회사로 ‘철새 설계사’들이 옮겨다녔다.

2002년께 종신보험의 대항마로 암 등 중대 질병을 집중 보장하는 치명적질병(CI)보험이 선보였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보험은 어렵다’는 인식도 확산됐다.

2005년을 전후로 변액유니버설보험(SVUL)이 출시됐다. 이 상품이 이슈가 됐던 것은 일부 설계사들이 펀드 기능에만 중점을 두는 바람에 불완전 판매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예상 수익률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제시했다가 이를 실현하지 못하면서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기도 했다. 설계사에 대한 불신이 확산됐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는 변액연금이 떴다. 변액연금은 주식 등 위험 자산에 투자해 추가 수익을 내는 상품이다. 설계사들이 가장 많은 민원에 시달린 상품도 변액연금이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