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사진)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붕괴를 막기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2월 말 이후 중단된 재정 위기국가 국채 매입을 재개할 뜻도 시사했다. 이 발언에 스페인과 이탈리아 국채금리는 하락했고 주가는 급등했다.

드라기 총재는 26일(현지시간) 런던에서 열린 투자 콘퍼런스에서 “ECB는 주어진 권한과 정책목표 내에서 유로화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드라기 총재는 또 “일부 유로존 국가들의 국채금리가 너무 높아 통화정책이 제대로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이는 ECB가 해결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국채 매입을 재개할 수 있다는 방침을 강력히 시사한 것이다. ECB는 2월 말까지 위기국가들의 국채를 매입하고 이후 중단한 상태다.

드라기 총재의 언급은 스페인이 전면구제금융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ECB에 대한 시장 개입 요구가 커지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시장은 ECB의 국채 매입 재개를 기대하는 모습이다. 일본 투자자문사 다이와캐피털마켓의 크리스 스키클루나 애널리스트는 드라기 총재의 발언에 대해 “ECB가 스페인, 이탈리아 국채 매입 방안을 다시 논의하고 있다는 것을 암시했다”고 분석했다.

드라기 총재는 유로존 존속에 대해서도 확신하는 모습을 보였다. 드라기 총재는 “유로존은 사람들의 예상보다 훨씬 더 강력하다”며 “지난 6월 유럽연합(EU) 정상회담은 수년 만에 처음으로 유럽 정상들이 위기를 극복할 길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진정한 성공이었다”고 평가했다.

이날 시장은 회복세를 보였다. 최근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던 스페인의 10년만기 국채 금리는 지난 6월19일 이후 처음으로 연 7% 밑으로 내려왔다. 이탈리아의 2년만기 국채금리도 연 4%대까지 떨어졌다. 유럽주요 증시도 장중 3%대 상승세를 보였다.

관심은 내달 2일 ECB의 금융통화정책회의에 쏠리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드라기 총재의 발언은 국채 매입 재개, 금리 인하, 장기대출 프로그램 재가동 등 강력한 조치를 내놓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