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한 달 새 서너차례 조우..서로 치켜세워

이달 초 취임한 김용(Jim Yong Kim) 세계은행 총재와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부 장관이 연일 각별한 친분 관계를 과시하고 있다.

국외 순방이 잦은 클린턴 장관이나 업무 파악에 골몰하는 김 총재 모두 정신없는 일정을 보내고 있음에도 김 총재가 세계은행 수장이 된 지 한 달도 채 안 된 시점에서 둘이 공식 석상에서 직·간접적으로 만난 것이 벌써 서너 차례나 된다.

김 총재와 클린턴 장관은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단독 면담했다.

둘은 세계은행과 국무부가 세계 빈곤 척결과 개발도상국 지원, 양성 평등 실현,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 퇴치 등 여러 현안에서 서로 협력하는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트머스대 총장으로 세계은행 총재 후보 물망에 거의 거론되지 않았던 김 총재가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이 자리를 차지한 것은, 자신도 유력한 후보였던 클린턴 장관의 천거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클린턴 장관의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2001년 퇴임하고 나서 김 총재가 1980년 공동 설립한 비정부기구인 '건강 동반자'(Partners in Health)와 긴밀히 협력했고 두 부부가 김 총재의 헌신과 봉사를 높이 산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3월 23일 김 총재를 '깜짝 지명'하면서 백악관 로즈가든으로 초청했을 때 김 총재가 '적격 인사'라고 추천해 오바마 대통령의 마음을 굳히게 한 클린턴 장관과 티모시 가이트너 재무부 장관이 동석했다.

클린턴 장관은 바로 다음날 주요 8개국(G8) 외교장관 회담에서도 김 총재를 치켜세웠다.

회담 주제가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계획 저지와 핵무기 철폐 촉구 등이었음에도 클린턴 장관은 당시 김 총재를 언급하면서 "그는 크게 생각하고 과감하게 행동하는 훌륭한 공직자로, 그가 총재가 돼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클린턴 장관은 G8 파트너들과 세계은행 총재 지명 문제를 논의했으며 아무런 반대도 없었다고 못을 박기도 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도 성명을 내고 "탁월하고 훌륭한 선택"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한 김 총재의 화답은 지난 19일 미국 워싱턴DC 갤럽 본사에서 열린 '성 관련 데이터 간극 좁히기' 주제의 갤럽 및 미국 국무부 공동 콘퍼런스에서 나왔다.

그는 국가의 성장과 경쟁력은 성 평등에 좌우된다는 취지의 인사말을 한 뒤 다음 연사이던 클린턴 장관을 가리키며 자신을 천거한 데 대한 고마운 마음을 직접 전달했다.

김 총재는 세계 전역의 양성 평등과 여권 신장을 위한 클린턴 장관의 지치지 않는 노력에 찬사를 보내면서 1995년 빌 클린턴 대통령 부인으로 베이징에서 한 유엔 연설을 예로 들었다.

클린턴 장관이 당시 "여권이 인권이고, 모든 여성은 천부적인 잠재력이 있다.

그렇지만, 여성의 인권이 존중되고 보호될 때까지는 이들이 완전한 존엄을 얻지 못한다는 점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 클린턴 장관에게 감사하게 여긴다.

당신이 없었다면 나는 오늘 여기에 오지 못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클린턴 장관이 자신을 추천함으로써 세계은행 총재 자리에 앉았고 이날 행사에도 참석하게 됐다는 점을 강조한 발언이다.

둘은 이어 국제항바이러스협회(IAS) 주관으로 최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의 에이즈 관련 행사인 제19회 국제 에이즈 콘퍼런스에서도 나란히 연설했다.

(워싱턴연합뉴스) 강의영 특파원 keyke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