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올림픽 D-1] 런던올림픽 앰부시 마케팅 '숨바꼭질'
올림픽 때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용어가 ‘앰부시(ambush) 마케팅’이다. 앰부시 마케팅이란 공식 후원사가 아니면서 교묘한 방법으로 스폰서인 것처럼 활동해 광고 효과를 올리는 마케팅 기법이다.

올림픽 로고 사용권을 주면서 기업들에 거액의 돈을 받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올림픽 시즌이 되면 앰부시 마케팅을 단속하기 위해 한바탕 전쟁을 치른다. 25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올림픽 공식 후원사들이 독점적인 권리를 얻는 대가로 IOC에 지불한 돈은 144억달러(약 16조원)에 이른다.

올림픽의 독점적인 권리를 사수하려는 IOC와 기상천외한 전술로 ‘특수’를 노리는 비후원 기업 간의 보이지 않는 전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런던, 가장 강력한 단속 벌여

[런던올림픽 D-1] 런던올림픽 앰부시 마케팅 '숨바꼭질'
런던올림픽은 역대 올림픽 가운데 가장 강력한 앰부시 마케팅 단속을 펼치고 있다. 영국 의회의 승인을 받아 ‘브랜드 경찰’ 300명까지 배치했다. 브랜드 경찰들은 올림픽 공식 후원사들의 이익을 침해하는 기업과 가게들을 찾아다니고 있다. 위반하다 걸리면 2만파운드(약 3500만원)를 벌금으로 내야 한다.

올림픽 주경기장 근처의 한 카페는 ‘올림픽(Olympic)’이라는 이름으로 불렸지만 최근 ‘림픽(lympic)’으로 바뀌었다. 공식 스폰서가 아니기 때문에 간판에서 알파벳 ‘O’를 지워야 했다. 또 런던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한 주인은 소시지로 ‘오륜’ 모양을 만들어 가게 바깥에 걸고 세일 행사를 선전했다가 브랜드 경찰에 적발돼 다섯 개의 원을 네모 모양으로 바꿨다.

◆라이벌 기업 신경전도 치열

올림픽 공식 후원사가 아닌 나이키는 22일 오후 8시(한국시간)부터 유튜브에 ‘너의 위대함을 찾아라(Find Your Greatness)’라는 제목으로 60초짜리 광고를 올리기 시작했다. 이 광고는 전 세계의 ‘런던’이라는 이름을 가진 곳에서 운동을 하는 모습을 촬영했다. 나이지리아 런던에서 2명이 자전거를 타고, 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에서 마라톤을 마친 사람이 쉬고 있는 모습이 나온다. 미 오하이오주의 런던과 자메이카의 리틀런던도 나온다.

광고와 함께 영국식 발음의 내레이션이 깔린다. “여기는 화려한 개막식도 없고 슈퍼스타도 없지만 진정한 위대함은 여러분의 것”이라고 말한다. 다분히 올림픽을 겨냥한 앰부시 마케팅이다.

나이키는 최근 웨인 루니를 활용해 트위터에서 홍보 캠페인을 벌이다 중단했다. 선수들이 올림픽 동안 광고 캠페인에 참가할 수 없다는 것을 위반했기 때문이다. 나이키를 적발한 뒤에는 공식 후원사인 아디다스가 있다. 아디다스는 올림픽 후원에 6200만달러를 쏟아부었다.

최근 런던에서는 펩시콜라의 티셔츠를 입고 올림픽 경기장에 들어갈 수 없다는 소문이 돌았다. 펩시는 런던올림픽 공식 후원사인 코카콜라의 강력한 라이벌이다. 이에 대해 조직위는 “단속은 합리적 수준 안에서 이뤄진다”며 개인의 복장에 대해서는 단속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LG가 올림픽과 연계한 3D TV 광고를 하다 문구를 수정했다. 올림픽 TV부문 후원사인 일본 파나소닉이 대한체육회에 항의했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장외 올림픽

기업들은 올림픽과 관련된 단어를 써서는 안 된다. 가장 위험한 용어는 게임, 2012년이다. 여기에 런던, 메달, 스폰서, 하계, 금, 은, 동 같은 단어와 올림픽 공식 엠블럼, 마스코트를 마케팅에 사용할 수 없다.

2010년 밴쿠버 동계 올림픽위원회가 적발한 올림픽 비후원 기업들의 앰부시 마케팅은 1500건을 넘었다. 국내에서도 시정을 요구한 것만 40건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앰부시 마케팅 규제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올림픽을 후원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규제에 나서다 보면 기업들의 정상적인 영업 활동마저 제한할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게다가 규제를 피해가려는 기업들의 ‘아이디어 경쟁’이 워낙 치열해 앰부시 마케팅은 또 하나의 ‘비공식 올림픽’으로 불리기도 한다.

■ 앰부시 마케팅

규제를 피해가는 마케팅 기법. 앰부시(ambush)는 ‘매복’을 뜻하는 말로, 스포츠 대회의 공식 후원사가 아니면서도 광고 문구 등을 통해 행사와 관련이 있는 업체라는 인상을 주며 교묘하게 광고 효과를 올리는 판촉전략.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