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은 지금 K아트 물결… 올림픽 달군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김수자·양혜규 씨 등 50여명, 다채로운 문화 이벤트 참여
영국 런던 버킹엄궁 옆에 있는 스펜서 하우스. 고(故) 다이애나 왕세자빈의 부친인 스펜서 백작 가문의 18세기 고택이다. 이 고택의 방 한쪽에 설치된 55인치 삼성전자 LCD(액정표시장치) TV 화면에 눈부신 영상이 빛을 발하고 있다. ‘보따리 작가’ 김수자 씨(55)의 35분짜리 영상작품 ‘올림픽이 숨쉬다(To Breathe-Olympics)’. 런던올림픽에 참가하는 203개국의 국기를 미디어 아트로 꾸민 이 작품은 크리스털 볼처럼 반짝이며 ‘공존’의 의미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김씨를 비롯해 영상 설치작가 정연두, 비누 조각가 신미경, 설치작가 이불, 최정화, 양혜규, 추상화가 이강욱, 김범, 박선기, 배준성 씨 등 50여명의 예술가들이 올림픽을 앞둔 런던에서 ‘K아트’ 붐을 조성하고 있다.
정연두(43), 천경우 씨(43)는 김수자 씨와 함께 삼성전자가 기획한 ‘삼성 올림픽게임 미디어아트 컬렉션’ 행사에 초대됐다. 서울과 런던을 오가며 활동하는 천씨는 10분 길이의 영상작품 ‘완전한 릴레이’로 영국 미술팬을 맞고 있다. 세계 각국 어린이들이 삐뚤빼뚤 쓴 올림픽 모토 ‘더 빨리, 더 높이, 더 힘차게’를 육상 릴레이 경기처럼 퍼포먼스로 꾸민 작품이다. 정씨는 11분짜리 영상작품 ‘러브 룰렛’을 들고 나왔다. 펜싱, 복싱, 레슬링, 유도, 태권도 등 선수들의 시합 장면을 슬로우 모드로 찍은 작품이다. 경기의 속도감을 줄여 올림픽 경기는 서로간의 싸움이 아닌 사랑이란 사실을 드러내 보인다.
고대 인도의 성전인 우파니샤드 사상을 시각예술로 풀어낸 화가 이강욱 씨(36)는 25일부터 런던 옥스포드서커스 인근 대형 전시공간 아시아하우스에서 개인전을 갖는다. 확대된 동식물의 세포 사진을 캔버스에 붙인 뒤 반투명 물감을 여러 번 칠해 희미한 우주 공간처럼 표현한 작품 20여점을 건다.
설치작가 양혜규 씨(41)와 김성환 씨(37)는 테이트모던갤러리의 ‘더 탱크(The Tanks)’ 갤러리 개관전인 ‘아트 인 액션(Art in Action)’에 참여했다. 양씨는 대형 블라인드 설치작품 ‘건조대(Dress Vehicles)’를 9월11일부터 16일까지 선보여 한국 현대미술의 독창성을 알린다. 빨래 건조대에 움직이는 조명과 블라인드를 덧붙여 제작한 게 흥미롭다. 김씨는 ‘더 탱크’의 설치미술 전용공간 한쪽을 영화관으로 꾸몄다. 영화관처럼 어두운 스크린 앞에 의자, 거울, 꼬마전구 등을 설치하는 방식으로 영화와 설치미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통섭의 예술’을 선보였다.
극사실주의 화가 강형구 씨를 비롯해 문범 박선기 배준성 최우람 조덕현 이길우 씨 등 34명은 25일부터 9월23일까지 런던 사치갤러리에서 한국 현대미술 전시회 ‘코리안 아이(Korean Eye)’를 펼친다. 또 중견화가 한증선 이기전 노재순 김설화 정종기 조현철 씨 등 6명은 내달 1일부터 7일까지 런던 바비칸 센터에서 개최되는 ‘올림픽 미술 대회’에 참가한다.
영국의 대형 공공미술 프로젝트에 참여한 작가도 있다.
비누 조각가 신미경 씨(45)는 캐빈디시 광장에 1770년부터 100여년간 설치됐던 컴벌랜드 공작의 3.5m 크기 ‘기마상 조각’을 비누 1.5으로 재현했다. 작품 제목은 ‘비누로 쓴 역사’. 1년간의 시간 흐름과 풍화 과정 속에 전시한 뒤 빅토리아&앨버트미술관으로 옮긴다. 설치작가 최정화 씨(52)는 ‘타임 애프터 타임(Time After Time)’으로 런던에 색을 입혔다. 복합문화공간 사우스뱅크센터 내 헤이워드갤러리의 외벽 시멘트 기둥 10여개를 7000개의 초록색 플라스틱 소쿠리로 덮어 미술팬을 유혹한다.
이현숙 국제갤러리 회장은 “한국 사회의 다양한 측면을 경험한 작가들이 독창적인 방법으로 표현한 작품을 영국인에게 선보인다”며 “한국 현대미술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