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면 하나조차 쉽게 보여주지 않는 외국인 기술자들이 정말 얄미웠습니다. 본때를 보여주겠다고 다짐하고 죽어라고 기술을 익혔습니다.”

자동차부품 금형업체인 한국몰드의 고일주 사장은 현대자동차 기술연구소 재직 시절의 설움을 잊지 않고 있다. 고 사장은 1982년부터 1987년까지 현대차 기술연구소에서 프랑스 독일 등 선진국 금형 기술자 밑에서 잔심부름을 해가며 자동차부품 금형과 성형기술을 배우고 익혔다. 배움의 욕구는 컸으나 기술이전을 하지 않는 외국인 기술자 밑에서 느꼈던 설움은 그가 지금까지 기술개발에서 손을 떼지 않게 한 원동력이 됐다.

그는 1987년 한국몰드 설립 후 25년여 동안 줄기차게 자동차 금형 부품 국산화에 노력했다. 자동차 범퍼와 운전석 계기판 등 대형 금형부터 라디에이터 그릴 같은 정밀한 미세 금형까지 20여가지 제작 기술을 국산화했다. 이를 통해 만든 금형틀만 300여벌에 이른다. 현대·기아차 등 국내 자동차는 물론 일본의 닛산 미쓰비시 도요타, 인도 타타, 이란 사이파, 러시아 아브토바스, 말레이시아 프로톤 등 전 세계 14개 자동차 메이커에 공급하고 있다. 지난 4월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이달의 기능 한국인’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이 회사가 1999년 국산화한 ‘인서트 필름 몰드(insert film mold)’ 공법은 크롬 도금이나 페인트칠 등 10여가지 공정을 성형 사출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도록 한 기술. 순간적으로 금형의 표면온도를 높여 수지가 굳으면서 생기는 균열이나 기포를 없애는 ‘금형표면 상승공법’은 표면 처리를 위한 페인트 공정을 없앴다. 금형틀 세 개를 갖고 두 개의 제품을 동시에 만들어내는 ‘텐덤 몰드(tandem mold)’는 두 개의 금형틀에서 1개의 제품을 생산하는 기존 금형기계보다 생산성을 2배로 늘렸고, 플라스틱 자재 비용도 50% 이상 절감해 국내 금형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부터는 유리섬유와 플라스틱 등으로 기존 스틸을 대체하는 ‘시트몰딩 컴파운드(SMC)’ 공법을 국내 최초로 버스와 트럭 외관에 적용하는 데 성공해 본격 상용화에 나서고 있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340억원. 올해는 400억원을 전망하고 있다. 직원도 1987년 창업 당시 10여명이던 것이 180여명으로 늘었다.

한국몰드는 지난 5월 울산시에 위치한 매곡자동차 부품 공단에 금형 디자인부터 제품 설계, 사출 성형 등 금형 제품 원스톱 생산이 가능한 7000여㎡ 규모의 첨단 공장을 갖추고 제2 도약을 준비 중이다. 고 사장은 “전기자동차, 연료전지 자동차 등 녹색 자동차 시대를 열어갈 첨단 초경량화 소재와 금형 제품 개발에 나서 세계 10대 금형 기업으로 변신하고 싶다”고 말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