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외환보유국인 중국의 국가외환관리국(SAFE)이 미국에서 제너럴모터스(GM) 연금이 보유하고 있는 주요 사모펀드의 지분 매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투자를 계기로 중국의 미국 사모펀드에 대한 투자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돼 대선을 앞둔 미국에서 국부 유출 논란이 확산될 수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8일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SAFE는 칼라일 블랙스톤 CVC캐피털 등이 운용하는 주요 사모펀드의 GM 연금 보유 지분을 15억~20억달러에 인수하는 협상을 진행 중이다. 사모펀드 지분 인수 전문업체인 렉싱턴파트너가 SAFE의 자문을 맡았으며 GM 연금의 지분 일부에 대해 직접 투자도 할 계획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렉싱턴파트너는 2010년 중국투자공사(CIC)가 15억달러를 미국 사모펀드에 투자할 때 중개를 맡았던 업체다. 협상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협상이 비밀스럽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6월 말 현재 3조2400억달러(약 3700조원)의 외환을 관리하고 있는 SAFE는 자금의 절반 이상을 미국 국채에 투자하고 있다. 그러나 2007년부터 투자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주식, 회사채, 펀드 등 위험자산 비중을 늘려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사모펀드 TPG에 28억달러를 투자했다가 10억달러 이상의 손실을 봤고, 주식 등에서 800억달러의 평가손을 입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번 사모펀드 투자가 성사되면 중국은 다시 미국과 유럽의 사모펀드 투자를 크게 늘릴 것으로 전망된다고 FT가 전했다.

그러나 이번 거래는 대선을 앞둔 미국에서 논쟁거리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FT는 지적했다. 한 투자 전문가는 “대선이 치러지는 해에 미국의 자산을 중국에 파는 것은 상당한 논란을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사모펀드 베인캐피털의 창업자란 점을 들어 민주당 측이 사모펀드의 각종 부작용을 대선 쟁점으로 부각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베이징=김태완 특파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