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의원들이 배임·횡령을 저지른 기업 오너를 살인범보다 더 무겁게 처벌하겠다고 한다. 배임액이 50억원 미만이면 7년 이상, 300억원 미만이면 10년 이상의 징역을 살도록 하고 300억원이 넘을 경우 무기 또는 15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을 고친다는 것이다. 법정 최저형이 징역 5년이고, 평균 선고 형량이 8~10년인 살인죄보다 더 무거운 형벌이다. 게다가 원천적으로 집행유예가 불가능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형평성에도 어긋난다. 개정안대로라면 최저 형량의 2분의 1까지 가능한 작량 감경(법관의 재량으로 형을 줄여주는 것)하더라도 집행유예의 요건인 징역 3년 이하를 충족시킬 수 없다.

살인범도 받을 수 있는 집행유예이지만 기업 오너이기 때문에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이미 2006년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없도록 법정형을 정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과잉 입법을 제한하기도 했다. 배임죄가 살인죄보다 더 심한 처벌을 받아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동서고금에 이런 법은 없다. 한국에서 기업을 경영한다는 것은 살인범 처벌에 상응하는 죄를 저지를 가능성에 노출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뇌물죄는 또 어떨지 모르겠다. 차떼기당 봉하대군 만사형통 등의 말은 권력의 불법적인 전횡이 정권을 가리지 않고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밉보이면 기업 경영 자체가 불가능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권력의 요구를 거부할 수 있는 기업은 없다. 비자금이 생기는 것도 대부분은 이런 요인들 때문이다. 이번 대선 자금은 또 누가 댈 것인가.

지멘스 까르푸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에서 뇌물공여죄로 적발된 것도 곰곰 뜯어봐야 한다. 일부 국가에서는 뇌물이 비즈니스 면허장이나 마찬가지다. 해외 진출 기업 중 상당수가 회계 항목에도 없는 돈을 만들어야 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는 이유다. 사정이 이런 터에 기업인은 특별사면도 못받도록 하겠다고 한다. 집행유예도 사면도 받을 수 없는, 살인보다 더 흉악한 처벌을 지금 정치권은 기업가들에게 뒤집어 씌우려 하고 있다. 표적 입법이요, 인격 살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