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점 평균잔액 맞춰 예대금리차 축소…은행권 첫 시도
은행들 "우린 불가능"…"민영화 노린 무리수" 해석도

산업은행이 금리운용 정책에서 또 한 번 파격을 시도한다.

이번엔 지점에서 `노는 돈'을 없애 예금과 대출의 금리 차이를 줄이겠다고 나섰다.

불황 탓에 돈줄이 마른 중소기업의 대출금리를 낮추려는 목적에서다.

산은은 지점 간 평균잔액을 일정하게 맞추기로 하고 각 지점에서 유지해야 하는 잔액 규모를 조사하고 있다고 16일 밝혔다.

지점의 평균잔액(average outstanding balance)은 인출 요구에 대비해 보유하는 유동성이다.

각 점포가 필요 잔액만 보유해 무수익 자산을 최소화하고 여유 자금을 대출이나 유가증권 투자 등에 활용하면 대출금리를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산은은 기대한다.

임경택 산은 부행장은 "`idle money(노는 돈)'를 없애 낭비를 줄이면 대출금리를 낮출 수 있다"며 "은행권 첫 시도일 것이다"고 말했다.

최근 온ㆍ오프라인 고금리 예금상품을 출시한 산은은 대출금리를 낮춰 `예ㆍ대금리차(예금과 대출의 금리 격차)'를 더욱 좁히기로 했다.

불황으로 자금 압박이 심해진 중소기업에 다른 은행보다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려줘 자금난을 덜고 시장 점유율도 높이려는 계산에서다.

산은의 중소기업 대출은 올해 3월 말 19조7천억원으로 3개월 만에 2조원(12%) 늘었다.

산은의 중소기업 대출 확대는 고금리 상품에 예금이 몰려 자금을 운용할 곳이 필요해진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수시입출식에 금리를 연 3.5%나 붙여주는 산은의 `KDB 다이렉트' 상품에는 2조3천억원이 몰려 올해 목표(1조3천억원)를 이미 초과했다.

윤재근 산은 개인금융실장은 "수시 입출 예금 수신이 급증해 적절한 관리 방안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며 지점 간 평균잔액을 맞추려는 배경을 설명했다.

당국과 은행권은 산은의 잇따른 금리 파격을 주시하고 있다.

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시각과 민영화를 노려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견해가 교차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중소기업의 이자 부담을 가볍게 해주는 게 당국의 방향이라는 측면에서 산은의 예ㆍ대금리차 축소는 바람직하다"고 환영했다.

그러나 이미 지점이 1천 개 안팎에 이를 정도로 몸집이 커진 일반 시중은행이 산은의 금리 정책을 따라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민영화 이후 연계영업을 하려면 `기본계좌'를 튼 고객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산은이 이를 노려 무리수를 두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고은지 기자 zheng@yna.co.kre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