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위기의 터널이 생각보다 길 수 있습니다. 장기적인 전략을 세우고 터널 끝에 있는 기회를 잡기 위한 준비를 시작해야 합니다.”

지난 2일 맥킨지 서울사무소 수장에 오른 최원식 신임 대표(46·사진)는 1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유럽발 금융위기의 영향이 장기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불황 끝에 살아날 시장과 주목받을 상품을 개발하는 등 선제적으로 기회를 찾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 최고의 컨설팅 업체로 꼽히는 맥킨지의 서울사무소 대표에 한국인이 선임된 것은 1991년 사무소 개설 이후 21년 만에 처음이다. 맥킨지는 86년의 역사와 함께 전략 컨설팅사 중 가장 광범위한 56개국에 99개의 사무소를 두고 있다.

○한국 노하우, 글로벌에 역수출

최 대표는 “맥킨지에서 첫 한국인 대표가 나왔다는 것은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에서 그만큼 한국기업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사무소 역시 세계의 성공전략들을 수입해 왔던 이전과 달리 한국기업의 인수·합병(M&A)과 글로벌 성장 노하우 등을 글로벌 지사에 수출하는 형태로 바뀌고 있다”고 전했다.

최 대표는 국내 기업의 글로벌화와 해외진출 프로젝트 임무를 주로 수행한 M&A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아시아 대기업의 M&A를 통한 글로벌화 지원, 조선업체의 성장 전략 수립, 아시아권 석유화학 업체들의 오퍼레이팅 시스템 개발 등을 맡아왔다.

맥킨지에는 1997년 입사해 지난해 디렉터에 임명됐다.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기계항공 우주학을 공부한뒤 펜실베이니아대 경영전문대학원인 와튼스쿨을 나왔다.

그는 불과 15년 만에 대표 자리에까지 오른 비결로 기업들의 ‘글로컬’화 전략에 맞춰 한국 현지와 글로벌 시장에서 균형 있게 경력을 쌓아온 점을 꼽았다. 그는 “컨설팅 업체가 국내에 앉아서 고민하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며 “고객의 고민과 이슈를 정확히 이해하고 어드바이저로서 스킬과 신뢰를 키우는 동시에 해외 전략시장에 대한 이해와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데 주력해 왔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 조직의 글로벌화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도요타나 GE처럼 소위 ‘웨이(way)’라는 말로 수식할 수 있는 성과관리와 인재관리 방식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터널 끝을 봐라”

최 대표는 이번 위기의 터널이 생각보다 길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맥킨지가 분기별로 발표하는 보고서에 따르면 2분기에 선진시장과 신흥시장이 모두 침체될 것이라고 응답한 기업의 비율이 1분기 15%에서 25%로 크게 증가했다”며 “기업들의 경기 인식이 부정적인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선진시장은 정체되지만 신흥시장으로 축이 옮겨갈 것이라는 응답이 42%로 여전히 압도적이기 때문에 신흥시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예컨대 방대한 중국시장을 더 세분화하고 소비특성을 분석해 놓치고 있는 기회가 없는지 고민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최 대표는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경기침체 속에서 위험과 기회를 모두 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환경이 안 좋지만 신재생에너지나 기술력 확보 차원에서 M&A를 통해 성장하려는 기업들이 놀라울 정도로 많다”고 말했다.

그는 “터널이 끝날 시점에 살아날 시장과 수요가 커질 만한 제품을 개발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며 “더 경쟁력을 갖춘 고가제품, 현재는 침체됐지만 전망이 밝은 스페인 자동차 시장 등이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