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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명훈 손 끝 마술, 佛 103m 야외 극장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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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ORLD ART - 오페라 '라 보엠'에 오랑주 열광
    테너 그리골로 음색에 환호, 코러스 배우들도 호흡 척척…내달 28일 연세대서 공연

    프랑스 마르세유 북서쪽에 있는 작은 마을 오랑주. 지난 10일(현지시간) 밤 9시 무렵 오랑주의 상징이자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인 고대 극장 ‘오랑주 코레지’ 주변으로 긴 행렬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야외에서 펼쳐지는 푸치니의 오페라 ‘라 보엠’을 보기 위해 몰려든 관객들이다.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관객들은 빛바랜 주황색 극장 외벽과 계단을 따라가며 8000석의 객석을 메워나갔다. 한쪽 손엔 공연 티켓, 다른 손엔 두툼한 방석이 들려져 있었다.

    ‘오랑주 페스티벌’은 프랑스 최대의 오페라 축제. 1세기 로마 황제 옥타비아누스가 지은 돌무더기 극장에서 1902년 공연이 시작됐고, 1969년부터 오페라 전문 축제가 됐다. 한 달 동안 오페라 두 편을 두 차례 공연하고 콘서트도 2~3차례 연다. 티켓은 해마다 공연 2~3개월 전에 매진된다.

    반원형 고대극장은 지름 103m의 무대와 높이 37m의 뒷벽을 음향장치 삼아 정명훈이 이끄는 라디오프랑스필하모닉의 ‘라 보엠’을 부드러운 공명으로 담아냈다. ‘리틀 파바로티’라는 별명을 파바로티에게 받은 테너 비토리오 그리골로는 가난한 시인 로돌포 역을 능숙하게 소화했다. 서정적이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박수갈채와 환호를 이끌어냈다.

    연출가 나딘 뒤포는 ‘라 보엠’이 다른 오페라보다 규모가 작은 공연이라는 편견을 깼다. 하늘까지 뚫려 더 광활해 보이는 무대에 나무 프레임만 살린 9개의 문을 듬성듬성 세웠고 무대 바닥엔 19세기 파리의 거리명만 새겨놓았다. 단촐해 보였던 세트는 2막 크리스마스 이브의 소란스러운 장면에서 반전을 일으켰다. 200여명의 배우들과 19세기 프랑스를 재현하는 다양한 소품이 동시에 무대에 올라왔지만 우왕좌왕하는 법이 없었다. 잘 짜여진 거대한 퍼레이드를 펼치듯 척척 맞는 호흡으로 모두가 무대를 휘젓고 다녔다.

    아기자기한 빈티지 소품들도 눈길을 끌었다. 막 전환이 없는 대신 이전 장면에서 미리 등장해 정지한 채 한참 서 있던 코러스 배우들도 큰 박수를 받았다. 섬세한 연출의 힘이 돋보이는 명장면이었다. 영국 런던에 사는 크리스토는 “10년째 이 페스티벌에 오고 있는데 오케스트라와 배우들의 호흡이 잘 맞아떨어지고 스케일도 굉장하다”고 말했다.

    극장 오페라에는 없는 재미도 있었다. 반원형 극장의 계단에 앉은 관객들은 30도 정도로 경사진 무대와 무대 앞으로 쭉 빠져나와 있는 오케스트라 피트를 내려다 볼 수 있었다. 평소 오페라나 클래식 공연에서 뒷모습만 보였던 지휘자는 얼굴 표정과 작은 몸동작까지 다 보여줬다. 오케스트라 연주자들도 개방된 장소에서 오페라의 시작부터 끝까지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무대 전체를 조망하듯 내려다보기 때문에 무대 깊숙한 뒤쪽에서 연기하는 배우들까지도 긴장을 놓지 않았다. 막 전환이 없다보니 마치 연극 무대처럼 배우들이 직접 세트를 들고 나와 설치하는 장면도 볼 수 있었다.

    한여름밤의 하늘과 바람은 예상치 않은 특수 효과도 가져왔다. 1막에서 가난한 시인 로돌포가 미미의 손을 잡고 아리아 ‘그대의 찬 손’을 부를 때는 마치 기약이라도 한듯 별들이 반짝 빛났다.

    공연 직전 무대 뒤에서 만난 지휘자 정명훈 씨는 “야외 공연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아름다운 도시 오랑주에서의 공연은 좋아한다”며 “소리가 기가 막히고 하늘이 열려 있어서 더 느낌이 좋다”고 말했다.

    티에리 마리아니 오랑주 페스티벌 회장은 “엑상 프로방스 축제와 함께 프랑스 최대 클래식 야외 축제인 오랑주 페스티벌의 재정자립도는 83%에 이른다”며 “약 70억원이 기부금과 티켓 판매 수익이고 정부 지원금은 2500만원 정도에 불과하다”고 소개했다.

    오랑주 페스티벌 프로덕션이 만든 오페라 ‘라 보엠’은 이달 말 레바논 공연을 거쳐 내달 28일부터 서울 창천동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4회 공연을 갖는다. 정명훈이 지휘하고 서울시향이 협연한다. 테너 비토리오 그리골로와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 마르첼로 조르다니와 피오렌차 체돌린스가 호흡을 맞추는 등 정상급 성악가들이 무대에 설 예정이다.

    오랑주=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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