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중국 통신업체에 대해 불법 보조금 조사를 벌이자 중국이 보복 조치를 하겠다고 경고했다. EU가 진행 중인 ‘중국 보조금과의 전쟁’에 제동이 걸릴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9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천더밍(陳德銘) 중국 상무부장은 지난달 EU 무역관계자들과의 회담에서 ‘보복 조치’를 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당초 이 회담은 양측 간 무역마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천 부장이 요청해 이뤄졌다. 그러나 천 부장의 경고로 분위기가 싸늘해졌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천 부장은 “만일 EU가 화웨이(華爲)와 중싱(中興·ZTE)에 대해 보조금 조사를 한다면 중국은 유럽의 농업 자동차 재생에너지 통신 분야 기업에 대한 보조금 조사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중국의 강경 대응으로 EU의 중국 불법 보조금에 대한 공세가 누그러질지 주목된다. 카렐 드 구흐트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그동안 중국 정부의 불법 보조금 문제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해왔다. EU는 지난달 회원국들이 참석한 비공개 회의에서 중국 통신업체들이 불법 보조금을 이용해 EU 시장에서 초고속 성장을 했다는 확실한 증거를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FT는 EU가 9월까지는 추가 조사를 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유럽의 통신기업들과 일부 국가들도 중국 기업의 불법 보조금 조사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에릭슨, 지멘스, 노키아, 알카텔-루슨트 등은 EU가 중국 업체에 보복 관세를 매기면 중국 내 사업에 피해를 볼까 우려하고 있다.

베이징=김태완 특파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