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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드투데이] 통화정책이 불러온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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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 테일러 < 스탠퍼드대 교수 >
    최근 스위스에서 열린 세계 중앙은행 연차 총회에서 ‘중앙은행들의 중앙은행’ 격인 국제결제은행(BIS)은 주요 선진국들이 현재 펼치고 있는 저금리 통화정책의 유해한 부작용을 경고했다. BIS는 통화정책이 자극한 국제적 유동성이 현재 위기의 주요 원인이며 다음 위기를 만들어낼 것이라는 시각을 강조했다. 이는 지난 10여년간 미국으로 쏟아져 들어왔던 펀드가 개발도상국의 수출 이익 때문이라는 ‘세계적 과잉 저축’ 이론과 완전히 대척점에 있다. BIS는 2008년 경제 위기를 야기한 과잉 통화에 대해 오래 전부터 경고해왔다.

    자금 흐름 이야기는 미국 중앙은행(Fed)이 2003~2005년에 시행했던, 또 2008년부터 2014년까지 예정된 저금리 정책에서부터 시작한다. 저금리는 투자자들로 하여금 수익을 다른 곳에서 찾게 만들고, 투자자들은 해외 주식을 사들인다. 미국의 글로벌 채권 펀드는 그들의 포트폴리오를 수익률이 높은 해외 주식으로 채운다.

    Fed 저금리의 부작용

    미국의 저금리는 외국 기업들에 달러를 빌리도록 부추겼다. 외국 은행들의 미국 지사는 이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2009년, 170개 이상 외국 은행의 미국 지사가 본국 대출을 위해 미국 머니마켓펀드(MMF) 특별계정을 만들어 6450억달러를 조성했다.

    직접 투자든 은행 대출이든 자금이 해외로 나갔고 외국 기업들은 빌린 달러를 팔고 자국 화폐를 사들였기 때문에 결국 이들 국가의 통화 가치 상승에 압박을 줬다. 이때가 외국 중앙은행들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때다. 환율이 국가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 중앙은행들은 여러 방법으로 대응한다.

    첫째, 중앙은행들은 해외에서 자금을 빌린 회사나 자국 내 외국인 투자를 규제한다. 둘째, 이들은 또 자국 화폐 가치가 달러에 비해 지나치게 뛰어오르지 않도록 모기지 담보부 증권과 미국 채권 등 달러 자산을 사들인다. 이런 구매 행위를 통해 외국 정부는 미 증권 시장에 버블을 야기한다. 셋째, 외국 중앙은행들은 높은 수익률을 찾아 유입된 외부 자금이 자국 통화가치를 끌어올리는 것을 막기 위해 금리를 필요한 수준보다 낮게 유지한다. 이 과정에서 중앙은행들은 서로 금리를 낮추는 경향이 있다.

    미국에 부메랑으로 돌아와

    이것이 2008년 금융 위기 과정에서 생겼던 일이고 최근 유럽 부채 위기를 부추겼다. 2003~2005년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도 Fed의 저금리 영향을 받았다. 필자의 평가에 의하면 ECB 금리는 적정 금리보다 2%포인트 이상 낮았고 그리스, 아일랜드, 스페인 등의 주택가격을 폭등시켰다. 역설적으로 그리스, 아일랜드, 스페인 등의 주택가격 폭등에서 시작된 유럽부채위기는 이제 다시 미국으로 돌아와 미국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경기부양을 위한 Fed의 제로(0)에 가까운 금리 정책은 다른 중앙은행들을 힘들게 해왔다. 브라질, 중국, 인도 등 18개 신흥국 중앙은행은 평균 금리를 벤치마크보다 5%포인트 낮게 유지했고, 국제 상품 가격은 2009~2011년 두 배로 뛰어올랐다. Fed는 글로벌 자본 흐름과 장기간 저금리를 유지해 온 타국 중앙은행들의 반응에 조금 더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존 테일러 < 스탠퍼드대 교수 > / 정리=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이 글은 존 B 테일러 스탠퍼드대 교수가 ‘통화 정책과 다음 위기(Monetary Policy and the Next Crisis)’란 제목으로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글을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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