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5일(현지시간) 세계무역기구(WTO)에 중국을 제소했다. 중국이 지난해 미국산 자동차에 반덤핑 관세와 상계관세를 부과한 데 대한 보복 조치다.

이에 따라 최근 중국산 태양광 패널과 철강 실린더, 미국산 닭고기를 놓고 양국이 벌여온 무역분쟁이 한층 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11월6일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정치적 포석이라는 시각도 있다.

론 커크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이날 WTO 제소와 관련한 성명에서 “오바마 정부는 중국이 국제무역 관행을 어기는 것을 막기 위해 끝까지 노력할 것”이라며 “미국 자동차 회사와 근로자들은 공정한 룰에 따라 경쟁할 권리가 있고 이를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의 반응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중국은 지난해 12월 미국에서 생산되는 배기량 2.5ℓ 이상 승용차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2년간 반덤핑 관세(2.0~8.9%)와 상계관세(6.2~12.9%)를 부과키로 했다. 미국 자동차업체가 정부 보조금을 지원받아 생산한 자동차를 중국에 덤핑 수출하는 바람에 중국 자동차업계가 피해를 봤다는 이유에서다.

반덤핑 관세가 부과된 업체는 미국 제너럴모터스(GM), 크라이슬러뿐만 아니라 미국에서 생산되는 독일의 벤츠, BMW와 일본의 혼다 등 연간 9만2000대가량이다.

USTR이 WTO에 제소한 5일은 오바마 대통령이 대선 최대 경합주로 꼽히는 오하이오주에서 버스 투어 유세를 시작한 날이다. 오바마는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업체 공장들이 밀집한 오하이오 털리도 부근에서 가진 연설에서 “우리 자동차 산업에 피해를 끼치는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해 중국 당국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오바마 정부 들어 자동차를 포함한 분야에서 중국을 WTO에 제소한 것은 이번이 일곱 번째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대선의 최대 승부처이자 자동차 제조업체가 몰려 있는 오하이오에서 오바마가 유세를 시작한 첫날 미국이 중국을 공격했다”고 정치적 의미를 부여했다. 1960년 대선 이후 오하이오에서 승리한 후보는 예외없이 백악관에 입성했다.

외신들은 “오바마의 이번 유세는 제조업 일자리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블루칼라 노동자들의 표심을 사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중국 때리기는 이들에게 상당한 호소력을 가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