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천 민주통합당 의원 등 10여명이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에게 적용된 후보자 매수죄 규정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내용으로 공직선거법을 개정하겠다고 한다. 선거에 영향을 끼칠 목적으로 금품수수가 이뤄졌을 때만 처벌하자는 것이다. 더욱이 현행법에 따라 처벌받은 사람들도 구제받을 수 있게 개정된 법을 소급적용하자는 해괴한 주장까지 하고 있다.

누가 봐도 ‘곽노현 구제법’이다. 사후 후보매수죄가 적용돼 유죄판결을 받은 대표적 케이스가 바로 곽 교육감이다. 후보자끼리 사전에 합의하지 않았더라도 사퇴 후 돈이 오가고 그 대가성이 인정되면 후보 매수행위로 보아 처벌하는 공직선거법 323조를 위반한 혐의다. 그렇지만 곽 교육감은 사퇴한 박명기 후보에게 2억원의 돈을 건넨 것이 후보 단일화를 위한 대가가 아니라 선의로 경제적 도움을 주기 위해서였다는 변명을 아직도 굽히지 않고 있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개정법안은 이런 궤변에 날개를 달아주는 꼴이다. 더욱이 곽 교육감에 대한 대법원 판결은 이달 17일까지 마치도록 돼 있다. 최재천 의원 등이 그를 구하려면 소급입법을 주장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후보자 매수, 자리매매에 면죄부를 주자는 얘기와 다를 게 없다. 후보자끼리 입을 맞추고 한 사람이 사퇴한 뒤 투표가 끝난 다음 약속한 금액을 주고 받아도 아무 문제가 없게 된다. 돈을 목적으로 출마하는 후보자들이 줄을 서게 될 것이다. 공직자 선거에서 부정과 부패를 합법화, 고착화하자는 것과 하나도 다를 게 없다. 최재천 의원은 “사후 매수죄에 대한 처벌은 정치적 자유와 개방성을 근본적으로 제약한다”고 주장한다. 공직자 후보 자리를 제약없이 사고팔지 못하게 하는 것은 정치탄압이라는 것이다. 유령당원을 동원하고 복수투표까지 불사하며 부정선거를 자행한 통합진보당도 이런 주장은 하지 못할 것이다. 특정인과 특수 목적을 위해 입법권을 휘두르면 법치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 헌법을 수호해야할 국회의원이 법치를 무너뜨리려는 꼴이다. 다음엔 또 어떤 해괴한 법안을 만들자고 들고 나올지 상상하기도 끔찍하다. 민주당은 통제가 안 되는 모양이다.